중국은 땅 넓고 물자 풍부하다는 뜻을 가진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로 불린다. 그런 만큼 속담도 무척 많다. 이 중 중국인들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요즘 가장 잘 쓰는 속담은 바로 “중국인은 중국인을 때리지 않는다”이다.
이 속담은 1996년 3월의 총통 선거 때 대만 독립이 이슈로 떠오르지 못하도록 중국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위협을 가하면서 본격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실을 보면 진짜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양측이 지난해 9월 발효시킨 중국-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그렇다.
이로 인해 양측을 합친 ‘차이완(Chiwa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으니 중국인이 중국인을 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업 등을 위해 중국에 머무르는 대만 사람들이 30만 명을 돌파한 현실 역시 그렇다. 여기에 2010년 중국을 찾은 대만인이 514만 명에 이른 현실까지 더하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물론 그럼에도 대만 정부는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상정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 대상의 한광(漢光) 군사 훈련을 올해부터는 격년제에서 매년 실시한다는 방침을 16일 확정, 중국인이 중국인을 때릴지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통합은 받아들이겠으나 체제만큼은 어떻게든 고수하겠다는 입장이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한국이 방심하다 연평도에서 한방 맞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륙 대학 유학을 원하는 대만 학생들의 자격을 대폭 완화한 것이 아마도 가장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보인다.
또 재이주를 원하는 대륙 출신 대만 노인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허가를 내주는 통 큰 조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기야 이런 조치들이 있었으니 이혼과 결혼을 밥 먹듯 한 반체제 괴물 문인이자 정치인인 리아오(李敖)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랑셴핑(郞咸平)이 중국에서 맹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중국은 오랜 세월 혈맹 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주도하는 중국-대만-북한의 삼각편대가 완성돼가는 중이라고 해도 좋다. 문제는 이런 판도가 한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민족은 한민족을 때리지 않는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군사적 충돌 직전으로 향해 가는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켜보는 것은 멍청하고 한심한 전략일까. 중국과 대만 교류의 현실, 여기에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적 가치가 7000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절대 아니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