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방송사 등의 모금운동에 이어 최근 서울 청계천에 연말에나 볼 수 있었던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습니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 자선냄비가 등장한 것은 83년 만이라고 합니다. 한국적십자사는 모금을 시작한 지 불과 5일 만에 100억원을 모아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정(情)문화가 빚어낸 훈훈한 정경이라고 하겠습니다.
언론을 통해 지진 피해현장의 일본인들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일본인들의 침착함과 배려문화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전 재산을 잃고도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생필품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도난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극도의 감정 절제와 타인 배려의 평상심을 잃지 않은 일본인을 두고 언론들은 “메이와쿠 문화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썼더군요.
며칠 전 지진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한 할머니는 구조대원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그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면 아마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메이와쿠(迷惑·미혹)’란 일본말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말하는 데, 일본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메이와쿠 가케루나’, 즉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받는다고 합니다.
이를 보며 문득 한국인들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대형 참사 때마다 봐온 울부짖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연상됐는데, 이는 한국인들이 평소 감정표현을 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이웃과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곤 합니다. 사소한 집안 대소사는 물론 자연재해로 고통을 겪는 이웃을 돕는 일이나 심지어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너나없이 나서서 서로 정을 나눴습니다. 크고 작은 재난 때마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이나 구한말의 국채보상운동, IMF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인의 대표적 정서인 정은 이웃과의 ‘나눔 문화’랄 수 있습니다. 이웃이 어려움에 빠지거나 혹은 기쁜 일이 있을 때 마치 내 일처럼 함께 울고 웃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일본의 ‘메이와쿠’는 이웃을 배려하되 따뜻한 정의 나눔은 왠지 부족해 보입니다. 한국인의 정 문화는 유사품이 없나 봅니다. “정(情)은 세계에 수출할 한국인의 심리상품”이라고 한 두봉(전 안동교구장) 주교의 말이 새삼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