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가 색다른 변신술로 빼앗긴 영토에 봄바람을 몰고오려 한다.
화소수 경쟁은 옛말, 렌즈교환식 ‘DSLR’을 뛰어넘어 거울을 없애 크기를 한껏 줄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각광받더니 예상치 못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컴펙트 디카의 휴대성은 어정쩡해졌다. 자칫 얼어버릴 수도 있는 디카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기대주가 절실한 상황. 그래서 고전적인 스타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소셜 시대에 걸맞는 기능을 더해 시장 되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나로그 감수성 살려러
올 상반기 기대작인 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은 디카의 새로운 지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을 넘어 모바일 혁명으로 진화한 시대에 아나로그적 감수성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제품. 1970년대 유행하던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성능도 좋다. 레버 하나로 광학식과 전자식 뷰파인더 전환이 가능하고, 최대 F2 밝기의 단 초점 렌즈에 보디를 최적화해 완성도 높은 사진을 만들어 준다.
150만원대의 부담스런 가격에도 이 제품은 인터넷 예약판매 6시간 만에 초도 물량 220대가 전량 판매됐다. ‘미러리스’ 이후 획기적인 성능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디카 시장에서 소비자의 기대가 색다른 소구점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후지필름 강신황 마케팅 실장은 “DSLR 이상의 성능과 가벼운 무게에 더해 클래식한 디자인이 준 전문가층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SNS 기능도 흡수
스마트폰을 앞세운 모바일 혁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촬영 즉시 업로드’가 장점이긴 해도 화질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의 약점을 파고든다. 스마트폰을 적이 아닌 친구로 삼거나 업로드 기능을 더한 디카다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콤팩트 디카 ‘SH100’는 와이파이 지역에서 풀터치 스크린에 쿼티 자판을 활용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바로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카메라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올림푸스가 최근 내놓은 하이브리드 디카 ‘펜 E-PL2’는 전용 액세서리 ‘펜팔’을 탑재하면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고화질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다.
콤팩트 디카에도 GPS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캐논 ‘파워샷 SX230 HS’는 구글맵과 연동해 지도상에서사진을 촬영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파나소닉코리아도 상반기에 GPS 기능이 탑재된 ‘루믹스 ZS7’ 후속모델인 ‘ZS 10’을 선보일 계획이다.
◆DSLR도 색다른 변신 중
콤팩트 디카의 강점을 살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상반기 출시 계획인 캐논의 콤팩트 디카 ‘익서스’ 3종은 모두 ‘무비 다이제스트’ 기능이 추가됐다. 사진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르기 직전 4초간의 동영상을 기록해 사진과 함께 짧은 순간의 영상을 즐길 수 있다.
DSLR은 동영상 기능을 강화하거나 고전적인 컬러를 탈피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캐논 ‘EOS 600D’는 동영상 촬영에 10배 디지털 줌이 가능해 줌 링을 돌려야 하는 불편이 줄었고, ‘EOS 1100D’는 ‘DSLR은 검정색’이라는 편견을 깨고 레드와 브라운 컬러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