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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금자씨

불혹은 앞둔 나는 지난해부터 부쩍 나이 듦에 대해 관심이 많다. 어떻게 해야 잘 나이가 드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퍼지지 않은 채 긴장하며 현역의 여자로 살 수 있을까 등. 그래서 ‘나이를 잘 먹어가는’ 선배 역할 모델과 내 또래 여자들의 행보에 특히 관심이 간다.

신정아씨는 알고 보니 나랑 동갑이었다. 최근 그녀는 자서전을 통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심정으로 과거 자신에게 지분거린 유명 정치인 남성들과의 일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흡사 금자씨처럼 감옥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다가 감옥에서 나와 ‘너 죽고 나 죽자’ 식 앙심을 품은 것도 같다.

혹은 고인이 된 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물었고, 청와대 대변인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며 과거의 영광을 자랑하기도 한다.

자신의 죗값에 대한 형기를 마치고 나왔으니 뭘 쓰든 간에 그건 본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또 다른 허황된 거짓이든 아니든 말이다. 이름이 불명예스럽게 널리 알려진 경우, 일단은 먹고 살기 위해 자서전 출간 외에는 방법이 안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갑내기 여자로서 무척 씁쓸했던 지점이 있었다. 이 책의 방점, 즉 셀링 포인트가 ‘힘 있는 남자들이 나에게 들이댔다 혹은 예뻐했다’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농락당하면서 그것을 탈피하려고 애쓰는 희생양처럼 이야기는 그려지지만 실은 자신의 가치를 그 권력들이 얼마나 자신에게 집적댔느냐로 저울질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리플리’에 버금가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는 담대함(?)이 있어도 결국엔 한 명의 취약한 여자를 자처하며 남성성과 권력에 스스로 연결 짓고 종속돼 자신의 계급을 정하려는 가부장적 사고를 엿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어차피 이력 자체가 가짜이기에 ‘누군가의 무엇’이라는 외부적 조건으로밖에는 자신을 증명할 길이 없었던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완전히 비워버린 후, 그녀는 그 빈 껍질을 대체 앞으로 무엇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까. 설마 또 다른 남자들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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