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1997년을 전후한 시기 중국 위안화는 환영받지 못하는 애물단지였다. 오죽했으면 1달러에 8.28위안 하던 환율이 암시장에서 9위안을 넘었을까.
물론 필자같은 외국인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 본국에서 달러로 송금하면 10% 정도 부가가치 혜택까지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1달러에 8.28위안 하던 환율은 이미 6.6위안을 돌파했고, 올해 안에 6위안이 깨질지 모른다.
위안화 자체의 위력은 발광(發光)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위안화를 벌기 위해 시쳇말로 발광(發狂)하는 유럽, 미국, 동남아 등을 예로 들 필요도 없다.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서도 통하는 상황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에 가깝다.
위안화의 위력이 주는 자신감은 자연스레 경제 민주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선 중국 기업에게 역차별로 인식된 외국 기업에 대한 모든 혜택이 사라졌다.
또 웬만한 분야의 중국 내외 기업들에게 놓여 있던 진입 장벽 역시 대부분 사라졌다. 남은 분야는 외국 은행의 직접 영업, 보험시장 완전 개방 등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기관의 해외 출장, 관용차 구입 및 운행, 판공비 등 소위 싼궁(三公) 경비 역시 앞으로 공개될 게 확실하다. 과거 어영부영 넘어가던 것이 이제 모두 투명하게 관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손오공이 무색할 위안화의 변신이 가져온 경제 민주화는 정치 민주화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당국에서 막아도 이게 대세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 정반합(正反合)으로 통칭되는 역사발전은 막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2020년 1인당 GDP 역시 9000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사회주의를 실시할 상황이 아닌 국면이 도래하게 된다. 여전히 공산당 일당 통치에 미련을 갖는 중국 당국은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길은 두 갈래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2021년 창당 100년을 맞는 공산당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련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또 대세를 인정하고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로 가거나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생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산당은 당명을 전민당(全民黨), 사민당(社民黨)으로 바꾸는 실험을 내부적으로 은밀히 검토했다고도 한다.
어찌 됐든 중국 공산당이 지금처럼 생존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도래한다는 점은 가까운 미래의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사회주의라는 유령은 영영 지구촌에서 배회하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