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직자들의 재산관리 능력은 일단 합격점이다. 적어도 숫자로만 본다면 나무랄 데가 없다. 지난주 재산 내역이 공개된 고위 공직자 2300여 명 가운데 70%가 1년 전보다 재산이 늘었고, 그중에서도 30%는 1억 원 이상이나 늘었다고 하니 말이다. 국회의원과 고위 법관, 지방자치 단체장, 행정부처의 고위직이 여기에 두루 포함된다. 이들의 평균 재산이 대략 15억4400만 원에 이른다는 집계 숫자도 발표됐다.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데다 주식펀드 시장의 여건도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고위직이라면 봉급도 만만치 않을 터이니, 그 일부만 떼어서 적금을 붓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재산이 불어났을 것이다. 굳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막중한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에 대해 박수를 치며 칭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규모가 줄잡아 800조 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니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폭탄'인 셈이다. 직장을 잃거나 점포운영 부진에 처한 서민들이 생활난에 쫓기면서 은행 대출로 해결해야 하는 동안 공직자들은 이처럼 여유있게 재산을 늘린 것이다.
국가 정책이 서민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부자 동네에 아파트와 상가를 갖고 있는 공직자가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애환을 제대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골프장과 콘도, 헬스클럽 회원권을 몇개씩 갖고 있는 경우에도 마이너스 카드를 사용하고 이자를 갚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현재 진행중인 전셋값 파동만 해도 그렇다. 고위 공직자들이 전셋집에 사는 처지라면 해결책이 빨리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물며 은행 대출이 어려운 200만 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들의 입장을 정책 당국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나 모르겠다. 우리 공직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듯이 국민들의 고충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자기들의 재산을 불린 재테크 솜씨로 나라 살림도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