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의 국화 자스민 향이 감도는 찻잔 속의 태풍인 줄 알았던 시민 봉기가 북아프리카와 이슬람권 전체에 나비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나비의 날개 짓 하나의 위력이다. 알고 보면 이 나라는 고대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의 강국 카르타고의 후예다.
로마의 역사가 폴리비우스는 당시 지중해의 변방에 있던 나라 로마가 기원전 220년에서 167년에 이르는 기껏해야 50여년 밖에 안 되는 기간에 어떻게 세계 제국이 됐는지를 묻는다. 로마 제국의 등장은 카르타고와의 혈투를 거쳐야 했다. 지금의 리비아는 그 카르타고의 군사력이 공급되는 지역이었다. 역사에서 포에니 전쟁이라고 불리는 로마와 카르타고의 대접전은 지중해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판가름하는 전쟁이었다.
한니발은 카르타고의 맹장이자, 당대 불패의 전략가로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로마의 뒤쪽을 타격하는 예상치 못하는 전법을 택한다. 생전 처음 본 코끼리부대 앞에서 로마의 기마군단은 혼비백산한다. 그런 한니발과 대적, 결국 자마 전투에서 그를 이긴 로마의 장수는 스키피오였다. 로마제국의 건설, 그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스키피오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총사령관이 돼 무적의 장군으로 이름을 떨친다. 북 아프리카에 대한 정복 전쟁은 스키피오의 손에서 마무리된다. 그런 까닭에 스키피오의 이름은 역사에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로 남는다. 그 이름은 당시 아프리카가 상징하고 있던 제국의 우두머리라는 뜻과 함께 로마가 지중해의 주인으로 등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 아프리카는 이후 로마의 식량 공급처가 되고, 지중해 교역 전체의 주도권을 잡는 근거지로 바뀐다. 이곳은 또한 서기 3세기 이후 로마제국을 무너뜨린 부족 가운데 하나인 반달족이 점령해서 반달왕국을 세우고, 7세기에 들어서면 이슬람 세력 아래 놓인다. 북아프리카 지역 전체가 이슬람권인 역사적 이유다. 여기에 다시 ‘21세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등장하고 있다. 서방 다국적군이 그 실체다.
자스민 혁명은 지금 그 혁명을 구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운 로마제국의 후예들이 벌이는 전쟁으로 폭풍 속에 빠져들고 있다. 내심 원하는 것이 식량에서 원유로 바뀐 것만 고대와 다르다. 그러나 스키피오는 보이는데 한니발은 없고 아프리카가 제국도 아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