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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마음껏 즐기는 진짜 가수의 탄생

MBC ‘나는 가수다’가 한바탕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다가 반전의 고비를 넘어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와중에 책임 PD는 물러나게 되고, 탈락과 재도전으로 김건모는 굴욕을 겪었다. 정상급 가수를 아마추어 오디션처럼 경쟁시키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나 청중 평가단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재도전 기회를 결정한 제작진의 선택이 비판의 초점이었다.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는 이미 반열에 오른 가수나 평론가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온다. 그런데 대체로 이들은 탈락대상에게 거의 인간모독에 가까울 정도로 혹독한 평가를 그대로 내뱉는다. 그런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나름 최선을 다했을 참가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식으로 해야 더욱 분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대단히 잔인한 발상이다. 무대에 선 기회 자체가 감사하고 이후 더더욱 용기를 갖고 노력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나는 가수다’는 청중이 심사위원이 되고 가수가 심사대상이 되는 구도의 역전이 있다. 이들 가수들은 모두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의 자리에 앉을 만한 위상을 가지고 있으니 이번에는 입장이 바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처지가 됐을 것이다. 게다가 아마추어야 탈락해도 무에서 무로 돌아간다고 쳐도 이들은 탈락으로 잃게 될 것이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그리도 사전에 말이 많았던 무대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가수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해야 했을 것이다. 외면적으로는 경쟁논리가 가져온 산물이었다고 볼만 하다. 그러나 정작 가수들은 그 경쟁논리를 이미 뛰어넘고 있었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노래 안에 완전히 몰입해서 노래를 듣는 사람과 만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것을 어느새 새삼 깨우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잘 했지만 윤도현의 경우 특히 돋보였다. 그는 무대에서 놀 줄 알았다. 그건 이미 그의 감성이 경쟁논리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등수와 승패에 집착하는 서바이벌 게임의 논리가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재도전이 허용되지 않거나, 경쟁만으로 최고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에 혈안이 되는 사회는 잔혹하다. 그걸 뚫어낼 수 있는 힘은 오직,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무대를 그 순간 마음껏 즐길 줄 아는 열정에서 터져 나온다. 그럴 때만이 무대는 온전히 그의 것이 된다. 진짜 가수의 탄생이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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