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에서 비토 콜레오네는 아들 마이클에게 자신이 죽으면 측근 중에 적과 협상하도록 권하는 자가 배신자일 것이라고 예고한다. 배신은 바로 내가 믿은 가까운 사람이 나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공교롭게도 최근 모두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일을 겪었다.
버핏의 오른 팔이면서 후계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소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회장은 한 화학회사의 주식을 지난 1월 주당 104달러에 집중 매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130달러선에 사들이기 두 달 전이었다. 소콜이 300만 달러(약 30억 원)의 차익을 얻자 미국 증권당국은 그가 미리 회사 정보를 빼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내부자거래 금지를 내세워온 버핏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 창업 동지 폴 앨런은 자서전을 통해 “게이츠와 현재 MS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가 나의 지분을 줄이는 것을 의논했다”며 “나를 속이고 음모를 꾸몄다. 돈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발상이었다”고 게이츠를 비난했다.
물론 상대방의 이야기는 다르고 배신감을 느끼는 듯하다. 소콜은 당초 그 화학회사 주식을 사도록 이야기했으나 버핏이 흘려들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앨런의 주장에 대해 “나의 기억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학력 위조 등으로 옥살이를 하다 출소한 신정아씨가 최근 펴낸 에세이 ‘4012’에서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과 서운함을 피력했다. 친했던 기자들이 자신을 매도하는 기사를 쓰고, 대학 박물관장 직을 제안했던 대학 총장이 “그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으면 그럴까, 신씨에 대한 동정심도 없지 않지만 상대방도 할 말이 있을 텐데 ‘일방적인 공격은 너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게 잘못한 이를 내가 용서하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