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유죄추정' 버릇 못버리는 중국

중국에는 엉뚱한 죄명을 쓰고 억울하게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 인물이 유독 많다. 흉노에 항복한 이릉을 변호하는 말 한마디로 궁형을 택해 목숨을 건진 『사기』의 사마천이 당한 횡액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죽은 이의 죄를 막수유(莫須有)라고 한다.

막수유는 “아마 있었을 것이다”는 뜻이다. 막수유의 죄는 무죄를 추정하는 현대의 법정신과 완전 반대되는 개념이다.

송나라의 간신 진회가 명장 악비를 모함할 때 쓴 막수유는 지난 세기 국공내전때 수없이 남용됐다. 주로 국민당의 장제스가 비협조적인 유력 인사를 제거할 때 전가의 보도로 이용했다. 공산당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구한 전통은 어쩔 수 없다. 국민당을 대만으로 내쫓은 다음 정권을 수립한 공산당도 수많은 사람에게 막수유의 죄를 뒤집어씌웠으니까 말이다. 특히 문화대혁명 기간 더욱 그랬다. 우파분자로 낙인 찍히면 그 누구도 막수유의 죄에 걸려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지난 3일 중국 공안은 53세인 유명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를 전격 체포했다. 서방 세계는 인권 탄압이라고 펄펄 뛰고 있다. 그러나 죄명은 아직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6일자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실린 ‘중국 법의 한계를 시험하는 독불장군’이라는 비난 내용 뿐이다. 전형적인 막수유의 죄를 뒤집어쓰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예술가적인 기질을 주체 못해 다소 삐딱한 스타일인 아이웨이웨이는 반체제 인사와 거리가 멀다. 그는 그동안 튀는 행동을 했으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를 설계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당국과 협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구나 마오쩌둥과 친했던 국민 시인 아이칭(艾靑)의 아들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똥 돼지'로 부를 수 있는 태자당 출신이다.

어떻게 보면 철저한 기득권 세력일 수도 있는 그를 장기 구금하는 것은 솔직히 중국에게 별로 득이 없다. 자칫 이미지만 나빠지는데다, 류샤오보(劉曉波)에 필적할 반체제 인사로 만들 위험성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답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오는 9월 열릴 제4회 광주비엔날레의 감독을 맡은 그를 빨리 석방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 된다는 얘기이다.

중국의 정치도 경제처럼 관용이라는 외피를 입어야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더욱 그럴 것 같다. 더구나 중국은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할 만큼 아직 허약하지 않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