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봄이 왔다.
개나리와 목련이 피고, 근 반년을 수고해준 코트와 점퍼는 드라이크리닝을 할 때가 됐다. 그리고 싱글 남녀들은 새봄의 도래와 함께 적지 않은 기대를 해본다. 로맨스 말이다.
헌데 설레는 마음과는 반대로 현실은 혹독하다며 애써 기대 품지 않으려고 일부러 움츠리는 모양새. 왜 그토록 자신감이 없을까, 이 척박한 사회구조와 경쟁심리 때문일까 싶지만 들쳐보면 의외로 나이 막론하고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태생적으로 김태희나 원빈이 아니다.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무리하다 보면 부작용 일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내면의 미’만을 중시하는 척하며 계속 외모에 대한 결핍을 느끼며 전전긍긍하는 것도 유쾌하지 못하다. ‘예쁘장함’이 줄 수 있는 여러 새치기나 무임승차 같은 트릭들을 목격하면서 거부감을 느낄 필요까지도 없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총체적인 스타일링 팁이라기보다 자발적인 사사로운 시도다. 여자라면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안경을 벗어 보는 것, 평소 안 입어보던 치마를 입어 보는 것, 남자라면 머리스타일을 조금 세련되게 바꿔 본다거나, 재킷의 어깨라인 핏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달라 보일 수 있다.
외모의 긍정적인 변화는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쫓기는 의무나 속물적 유행 추구라기보다 삶에 윤기를 더해줄 수 있는 하나의 멋진 습관이다. 다만 아름다움의 추구는 당장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평생을 걸쳐서 나다운 아름다움을 쌓아가기 위한 것이면 좋겠다.
남들과 나를 차별시키는 아름다운 개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감으로써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것은 전혀 힘겹거나 불필요한 노력이 아니다. 작위적인 이 시즌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나 ‘잇 룩’ 같은 것은 잠시 잊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친숙한 우리 집 화장실 거울 앞에 서자. 나는 눈썹정리부터 시작할 터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