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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이름없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

젊은 여성이 제 몸보다 크게 보이는 카메라를 번쩍 어깨에 걸머지고 재빠르게 움직인다. 이동 레일에 깔아놓은 묵직한 철판을 하나하나 접어 거뜬하게 들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청년도 보인다. 뚫려 있던 자리에 벽이 어느새 설치되고 각도에 따라 실감나게 느껴질 세트 공간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지붕 위로 올라가 곡예를 하듯 작업하는 스탭도 있다. 영화 촬영장은 언제나 분주하고 긴박하게 돌아간다.

영화가 개봉이 되면 화면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이 촬영현장에서는 도리어 가장 바쁘게 활약한다. 감독의 지시를 전달하는 사람부터 수시로 이리 저리 오가며 구체적인 대목에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챙기는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화의 손과 발이요, 모세혈관이자 신경세포다.

하루 종일 몇 초도 안 되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여러 각도로 찍고 그걸 이어 겨우 몇 분짜리가 그제야 완성된다. 이건 체력싸움 자체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감독의 치밀한 구상과 과학적인 사고가 기본으로 담겨 있고 작가가 준비한 시나리오의 역량, 촬영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번뜩여야 하는 연기자의 내공이 펼쳐진다. 그러나 관객은 무엇보다도 연기자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이들은 대중의 인기를 모으는 스타가 된다. 작품이 대박을 치면 감독 역시 스타로 등극한다. 그러나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스탭은 무명의 존재로 남는다.

그래도 이들은 좋은 감독과 좋은 연기자, 그리고 화기애애한 촬영 현장만 있다면 이들은 영화의 꿈을 먹고 즐거워한다. 이 가운데 누군가는 어느 날엔가는 이름을 날릴 감독을 꿈꾸고 누군가는 연기자를 꿈꾸며 누군가는 기획, 또는 제작자를 꿈꾼다.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종합적인 작업에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이들은 그래서 영화의 근육과 뼈대다. 초긴장으로 찍고 있는 현장에서 다정한 성품의 감독이 시원하게 “오케이”를 날리면 모두 유쾌해진다.

“이게 무슨 재판입니까? 이건 독잽니다”라고 항변하는 역을 맡은 연기자가 그 장면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끝나고 감독의 오케이 소리가 들리자, 익살을 떤다. “이게 무슨 오케입니까? 이건 독잽니다.” 예상치 못했던 대배우의 조우크에 모두 포복졸도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무래도 이 영화는 대박이 확실히 예상된다. 이름없이 노동하는 이들이 행복해지는 세상, 그걸 본 촬영현장은 이미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였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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