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항공기가 전장(戰場)은 물론 방사능 누출로 위험에 빠진 일본 원전 상공까지 종횡무진 누비면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 공군은 최신예 고(高)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감시와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상황을 정밀하게 조사하기 위해 투입했다.
미국 노스럽 그루먼사가 제작한 ‘글로벌 호크’는 록히드사의 고고도 저속 정찰기 U-2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1998년부터 실전에 투입됐다. 고성능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어 원격 조종으로 정밀 촬영이 가능하다. 20여㎞ 높이의 상공에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장 13m, 전폭 35m의 ‘RQ-4 글로벌 호크’는 고고도로 비행하며 최대 500㎞이상 떨어진 지역을 샅샅이 볼 수 있다.
글로벌 호크 같은 무인항공기는 조종사가 없어 어떤 공격을 당해도 인명 손실을 입을 우려가 없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정권의 지상부대 움직임을 장시간 정찰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상공을 비행해도 조종사가 피폭될 위험이 없다.
무인항공기는 경우에 따라 UAV(Unmanned Aerial Vehicle·무인비행체), ‘드론(Drone·수펄 모양에서 유래)’ ‘RPV(Remotely Piloted Vehicle·원격조종기)’ 등으로 불린다.
미군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터진 이후 ‘대(對) 테러전’의 일환으로 무인항공기의 개발과 실전 투입에 속도를 냈다. 10년전 미군의 목표는 ‘2020년에 무인기 80대 도입’이었지만 현재 미공군이 소유한 글로벌 호크와 무인공격기 프레데터(Predator), 리퍼(Reaper) 등만도 258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너럴 아토믹스사가 개발한 중고도 장시간 체공 무인기 시스템인 프레데터는 1995년 첫 비행을 시작할 당시에는 단순히 정찰임무만 수행했지만 이후 헬파이어(Hellfire)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도록 개량되면서 공격 능력도 갖췄다. 프레데터는 명칭도 첫 무인정찰기를 뜻하는 ‘RQ-1’에서 다목적 무인기를 뜻하는 ‘MQ-1’으로 변경됐다. ‘R’은 ‘정찰’, ‘Q’는 ‘무인기’, ‘M’은 ‘다목적’을 의미한다.
프레데터 개량형에는 세 종류가 있다. 실전에서 활약중인 ‘MQ-9 리퍼’를 비롯, ‘스카이 워리어(Sky Warrior)’에서 명칭이 바뀐 ‘MQ-1C 그레이 이글(Grey Eagle)’과 ‘프레데터 C’라고 불리는 어벤저(Avenger)가 있다.
본래 ‘프레데터 B’인 ‘MQ-9 리퍼’는 1세대 무인 항공기인 프레데터의 개량형으로 고고도에서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최초의 헌터 킬러(hunter-killer) UAV이다. 전술적인 목표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목표물의 공격과 격파가 가능하다. 원형인 MQ-1 프레데터보다 기체가 대형화됐고 무장능력과 속도, 순항능력 등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미군의 무인항공기 개발 배경이 된 키워드는 무인로봇의 개발과도 일치하는 ‘3D’였다. ‘지루하고(Dull) 오염되고(Dirty) 위험한(Dangerous)’ 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대테러 전략에서 나왔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벌이면서 광대한 산악지대와 사막에 잠복한 무장세력과 싸워야 했다. ‘보이지 않는 적’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장시간 정찰비행은 ‘지루’한 일이고, 핵 테러에 대한 대처나 핵무기 투하시에는 ‘오염’이 우려된다. 자폭장치가 달린 폭탄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병사가 직면하는 위험성을 대폭 줄이고 정치적인 리스크도 피하려는 목적으로 무인항공기와 군사용 로봇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많은 미군 병사의 목숨을 앗아갔고, 2006년 부시의 공화당 정권이 선거에서 대패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이를 지켜본 오바마 민주당 정권은 취임 직후부터 무인항공기 등 군전력의 무인화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무인항공기는 미국 본토에서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 효과도 있다.
무인항공기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장의 기지에서 조종하지 않는다. 외신에 따르면 무인항공기는 대개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위치한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 사무실에서 ‘리모컨 전사들(remote-control worriors)’에 의해 원격 조종된다. ‘리모컨 전사’는 조종사(pilot)와 센서운용사(sensor operator)의 ‘2인 1조’로 움직인다. 이들은 전장 대신 집과 기지를 출퇴근하기 때문에 ‘전투 통근자(combat commuter)’라고도 불린다.
독일 슈피겔지에 따르면 게임처럼 지구 반대편의 적을 공격하지만 리모컨 전사들은 전장에서 폭격기로 직접 적을 공격하는 조종사 못지않은 새로운 차원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로봇전쟁 전문가 P. W. 싱어는 “전통적인 폭격 조종사는 자신들의 타깃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원격 조종사는 타깃을 가까이서 본다. 폭발하는 순간과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본다. 육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본다. 특히 무인정찰 업무는 일년 365일, 24시간 이뤄진다”고 말한다. 미 163정찰부대 사령관인 알버트 아이마르는 “프레데터가 미사일로 타격하는 전과정을 본다. 그건 생생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바로 거기에 있고 개별적이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말한다.
원격으로 무인항공기를 사용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전투 지역 밖에서 무인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은 비합법적이라는 주장이다. 무인항공기를 조작하는 조종사들이 CIA에 속해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법적으로 전투원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파키스탄 등지에서 보듯,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격이 ‘테러리스트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격명령자, 공격대상이 불투명하고 민간희생자도 나오는 건 ‘전쟁 범죄’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국군의 인명손실 위험성이 없고 정치적인 리스크도 피할 수 있는 등 작전의 효용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무인항공기 전력은 앞으로도 증강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