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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알아?

요새처럼 소통을 말로 하기보다 글로, 손가락으로 많이 하는 시대엔 그 사람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막상 한참 이후인 경우가 많다.

젊은 남녀의 경우 소개팅을 하기도 전에 서로와 먼저 문자메시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작에 서로의 온라인공간을 염탐하고, 비즈니스 관계의 대부분도 사전에 숱한 이메일을 주고 받고 나서야 이제 일 좀 해볼 만하다 싶으면 무거운 엉덩이 들어올려 미팅에 임한다. 그리고 막상 만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관계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글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고는 하지만 고심에 고심을 더해 보다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진중하게 쓸 수 있는 물리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해독되는 상대의 메시지에 많은 경우 우리는 이상화시킨 타인의 모습을 제멋대로 적용시키기에 만났을 때의 그 갭은 더 없이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대화 중간 중간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상대의 행동거지에 유난히 거슬리는 게 있다. 상대에 대해 시각과 청각, 육감마저 함께 연동시켜야 하니 만남 자체가 버겁고 피곤해지기도 한다. 차라리 e-메일이나 문자교신을 할 때가 더 편하고 상대도 더 멋지고 괜찮아 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유명인의 행동거지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낀다고 일부 사람들이 토로하는 것도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모습만을 취해오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깨나 그 사람을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흐름은 앞으로도 역행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물리적으로 사람들끼리 비비적거리고 흐느적거리며 질퍽대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늘 자신을 너무 많이 드러내서, 혹은 자신이 너무 드러날까 봐, 혹은 상대가 너무 많이 내게 들이대는 바람에 부담돼서, 혹은 상대의 속을 알 수가 없어서 전전긍긍하기는 여전히 어쩔 수 없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임은 달라질 게 없을 테니./ 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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