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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를 이기는 '마중'의 기적

문득 마중처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다. 배웅도 정겹지만 그건 이별을 전제로 하니 마중만큼은 못하다. 아이의 유치원으로 마중 나가면 매일 질리지도 않은지 함박미소로 반겨주고, 한밤중에 택시를 못 잡아 발 동동 구르는 남편을 차로 마중 나가면 ‘역시 마누라밖에 없다’며 감격한다.

그러고 보면 사춘기 소녀 무렵, 친구네 집에서 너무 늦게까지 놀아 단단히 야단맞을 각오를 했는데 막상 아빠는 “거기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라며 마중 나오셨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든든하고 멋져서 친구 앞에서 얼마나 우쭐했는지.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학교 앞으로 마중 나오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도 많은 어른들이 간직하는 소중한 기억이다.

마중이라는 행위가 그토록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비효율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마중은 혼자 알아서 올 수도 있는데 굳이 내가 상대의 친밀한 동반자가 되어주기 위해 내 시간과 수고를 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또한 그 행위는 기다림을 동반한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 마중을 나가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누군가 한 명은 기다리게 되는데 그 기다림은 여느 짜증나거나 속 타는 기다림과는 달리 기쁘고 설렌다. 사전에 말 안 하고 ‘서프라이즈’로 마중을 나갔다면 거기엔 놀라움이 보태진다.

그렇게 치면 뱃속에서 아홉 달간 아기를 품고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긴 마중이다. 아홉 달의 오랜 기다림 동안 그 설렘과 기쁨을 충분히 곱씹으며 가장 천천히 그리고 진중하게 내 아이를 만나러 가는 행복한 여정이다.

아마도 마중이 그토록 행복한 것은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손에 손을 잡고 “수고했어. 자, 이젠 우리 집으로 가자”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권태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마중의 기적을 느껴보길 바란다. 상대의 마음속으로 좀 더 걸어 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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