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서 내는 항성인 태양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주위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돌고 있다. 행성들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 빛을 반사한다. 우리가 목성이나 토성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태양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천체들을 포함해서 흔히 태양계 가족이라는 말을 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엄마 별 태양이 있다. 태양이 없는 지구나 화성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 일본과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태양 같은 엄마별이 없는 행성들을 발견했다. 우리은하의 중심 방향의 한 영역을 관측하고 연구했는데 1만~2만 광년 사이에 존재하는 10개의 행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목성만한 크기의 이들 행성은 엄마별 없이 홀로 별과 별 사이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이런 ‘고아 행성’의 존재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엄마별이 없기 때문에 빛을 반사할 수 없으니 이들 행성의 존재를 찾아내기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들도 질량이 있으니 중력적으로 작용을 한다는데 착안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바탕을 둔 ‘미세중력렌즈효과’ 방법을 응용해서 이들의 존재를 찾아냈다.
이들 고아 행성들도 원래는 엄마별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던 평범한 행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계 같은 행성계가 다른 행성계와 스쳐지나가게 되면 서로를 교란시키게 된다. 그 와중에 몇몇 행성들이 자신들이 속해 있던 행성계에서 튕겨져 나가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해서 원래의 소속을 잃어버리고 별과 별 사이를 떠도는 행성들이 생겨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관측한 영역의 면적과 발견된 고아 행성의 수를 바탕으로 우리은하 안에 존재하는 고아 행성의 수를 추정해보면 1조개에 달한다. 케플러우주망원경의 관측을 바탕으로 추정한 행성계에 속한 행성들의 수보다도 2배나 더 많다. 잃어버린 행성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