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중국에서 이 말은 진짜 불후의 진리에 속한다. 그러나 이 말도 인민폐의 위상과 연결해 생각하면 어째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민폐의 위상이 10여 년 전과 비교할 경우 엄청나게 달라진 탓이다.
정말 그런지는 일단 화면을 IMF 사태가 터지던 1997년 직전으로 돌려보면 알게 된다. 당시 인민폐의 1 달러 당 공식 환율은 8.28 위안이었다. 그러나 현지의 외국인들은 이 공식 환율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식 환율보다 암시장 환율이 10% 정도 더 높았으니까. 다시 말해 100달러를 암시장에서 바꾸면 900위안 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달러가 귀한 C급 도시에서는 1000위안 이상 받는 것도 가능했다. 한화도 이때는 기세가 대단했다. 1위안이 공식 환율로 93원이었다.
중국의 한국 교민들에게는 신나는 달밤이 따로 없었다. 한마디로 인민폐는 자국에서도 별로 돈 취급을 받지 못했다. 거지 돈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그러다 한화는 IMF의 직격탄을 맞고 수 년 동안 추락을 거듭하다 금세기 초에 1위안 당 130원으로 안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화의 가치가 문제였지 인민폐의 위상이 막강한 것은 아니었다. 달러 가치도 그대로였을 뿐 아니라 암 시장 역시 온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알맞다. 우선 달러의 공식 환율이 6.4 위안 고지에 올라섰다. 암시장은 아예 사라졌다. 약한 달러를 찾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으니 당연하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130원으로 체면치레를 하던 원화도 영 꼴이 말이 아니다. 무려 170원에 이른다. 잘 나갈 때에 비해 정확히 반 토막이 났다.
문제는 앞으로가 아닐까 싶다. 중국 외환관리국의 관타오(管濤) 국제수지관리사 사장이 최근 언론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미국은 앞으로 더욱 더 약 달러 정책을 쓸 게 확실하다. 이 경우 1달러가 6위안을 돌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확하게 10여 년 만에 인민폐가 아닌 달러가 거지 돈이 되게 생긴 것이다. 경제 성장만을 노린 고환율 정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한국 정부 탓에 충분히 상승 여력이 있음에도 170원에 묶여 있는 원화 역시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인민폐는 지금 한국의 자갈치 시장, 제주도뿐만 아니라 파리, 로마, 하와이 등지에서도 달러처럼 사용된다. 이 상태라면 강산이 한 번 더 변할 향후 10여 년 후에는 어느 수준에 올라서 있을지 가늠하기 별로 어렵지 않다.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말 금석지감을 금하기가 어렵다.
인위적 정책 탓에 인민폐에 대해 더욱 기를 못 펴고 있는 원화와 이로 인해 중국에서 고생할 한국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클로즈업되는 것 같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