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과 함께 세계 경제의 G2로 부상한 중국이 곶간에 쌓이는 막대한 부를 과시하기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초고층 빌딩을 쌓아올리고 있다.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인구 2000명의 농촌 마을에까지 ‘마천루 붐’이 일고 있다.
'높이 더 높이' …상하이타워 등 500m이상 6곳 건설중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인 상하이에는 이미 세계 3번째 높이인 492m짜리 상하이세계금융센터(上海還球金融中心)가 2008년 완성됐고, 지난해 완공된 난징그린랜드금융센터(南京紫蜂大厦)와 광저우국제금융센터(廣州國際金融中心)는 각각 450m와 438m 높이를 자랑한다. 1998년 맨 먼저 솟은 상하이 진마오타워(金茂大厦)까지 합치면 이미 400m가 넘는 고층빌딩이 5개나 된다. 여기에 올해 2월 23일 지붕공사를 마친 광둥성(廣東城) 선전(深圳)시의 징지금융센터(京基100大厦)가 400m대(441m)의 중국 마천루 계보에 새롭게 올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국의 고층빌딩은 상하이세계금융센터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하이타워(上海中心)의 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높이 632m로 설계된 상하이타워는 2014년 준공되면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臺北101金融大樓 · 509m)를 3위로 밀어내고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마천루가 된다.
세계적 건축설계 회사인 겐슬러(Gensler)가 설계한 상하이타워가 건설되면 인접한 진마오타워, 상하이세계금융센터와 함께 상하이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우떡 서게 된다.
현재 중국 대륙에서는 상하이타워를 포함해 600m이상의 초고층빌딩이 3곳, 500m대 빌딩이 3곳이나 건설되고 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606m짜리 우한녹지국제금융성(武漢綠地國際金融城)이 지난해 12월 후베이성(湖北城 ) 우한(武漢)에서 착공됐고, 텐진시는 600m짜리 가오인금융117(高銀金融117大厦)을 건설중이다. 광둥성 선전시에 들어설 핑안국제금융센터(平安國際金融大厦)는 588m, 광저우이스트타워(廣州東塔)는 530m, 다롄녹지센터(大連綠地中心)는 518m에 이를 예정이다.
이중 우한녹지국제금융성은 완공되면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와 상하이타워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이 빌딩은 우한시 중심지에 위치해 시내 전경을 바라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금융과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주변 개발을 포함해 300억 위안(약 5조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라고 한다.
도시만의 전용물?…농촌마을에 328m 마천루 등장
중국의 초고층빌딩 건설붐은 대도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농촌마을에 무려 328m 높이의 지상 72층짜리 초고층빌딩이 건설중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제의 농촌마을은 상하이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를 달려 약 2시간반 거리에 위치한 장쑤성(江蘇城) 화시촌(華西村)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마을 인구는 약 2000명에 불과하다. 주위에 고층빌딩은 단 한 채도 없다. 주상복합건물인 ‘신농촌빌딩(新農村大樓)’이 완공되면 중국에서는 '톱10'에 들고, 세계적으로도 유수의 초고층빌딩이 된다.
오는 10월 문을 여는 신농촌빌딩의 건설비는 30억 위안(약 5000억 원). 빌딩의 대부분은 촌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꾸며지고, 아시아 최대급의 회전식 전망대와 상업시설도 갖춘다. 특히 일부 공간은 1000만 위안씩 출자한 200호의 촌민들이 개별적으로 소유하게 된다.
이 마을은 보통의 농촌마을이 아니다. 중국 인민공사에 의한 집체농업을 하던 61년부터, 은밀하게 공업화를 진행해 대성공을 거둔 ‘기업마을’이다. 볼트제조를 시작하자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다. 지금은 철광업과 방적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2010년에는 35억 위안(약 58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촌은 운영사업을 주식회사화해 선전증권거래소에도 상장했다. 공장종업원인 촌민들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배당받은 주식을 별장식 주택(연건평 500㎡)으로 교환해 풍요로운 주거생활을 하고 있다.
자칭 ‘천하 제일 마을(天下第一村)’에는 지난해 중국의 지방정부 시찰단과 관광객 등 25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화시촌은 향후 방문자들을 상대로 전망대 입장료와 숙박료를 받을 예정이다. 해외에서 관광용 헬리콥터도 2대 구입할 계획이다. 방문자수가 예상보다 적으면 촌민에게 보너스를 지급해 직접 소비하도록 하면 별문제 없다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
경제발전의 흐름? 지방정부간 ‘경쟁의식’ 산물?
근현대 역사가 말해주듯 초고층빌딩 건설붐은 경제의 고도 성장과 함께 등장한다. 뉴욕도 그랬고 도쿄도 그랬다. 국가 또는 지역 자치단체가 경제성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은 아직 건설자재와 인건비가 선진국에 비해 많이 싼 편이다. 이 때문에 초고층빌딩 건설비가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급속한 도시화의 과정에서 토지가 부족한 대도시에 빌딩이 솟아오르는 게 어쩌면 당연한 흐름인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경쟁을 즐겨하는 중국인의 오랜 전통이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상대보다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거대 건축물로 표출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 사이에 ‘보다 높게’라는 경쟁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테크’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초고층빌딩 건설로 주변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면 지방정부는 토지매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고 건설을 주도한 간부의 업무실적도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우려도 흘러 나온다. 경제 체질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도시들이 앞다투어 초고층 빌딩을 짓다보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난립을 막기 위해 중국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는 ‘우주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지상 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이 있다. 지금같은 추세로 초고층빌딩이 건설된다면 앞으로는 ‘우주에서 보이는 중국의 마천루 숲’이 하나 더 추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