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우리 사회의 열기는 유별나다. 의상과 핸드백에서부터 넥타이, 구두, 시계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명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예인이나 예술인, 사교계 인사들이 새로운 명품으로 치장하고 나타날 때마다 화제를 불러모으고 나아가 대박을 치는 게 또한 우리 사회다. 품목별로 새로운 브랜드가 명품을 자처하며 수입상품 코너에 계속 등장하는 것도 그런 때문일 것이다.
하다 못해 동네 뒷산 약수터에 오르는 산책길에서도 대부분 일류급 브랜드의 등산복 차림들이다.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막바지 차림으로 나섰다가는 은근히 주눅들기 십상이다. 동네 산책에 나설 때도 복장의 브랜드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예민한 세태가 되어 버렸다는 얘기다.
하기는, 코흘리개 유치원 꼬마들조차 예외는 아니다. 브랜드 운동화를 신지 않으면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고 하는 지경이다.
명품임을 과시하듯이 브랜드마다 가격도 만만치는 않다. 여성들의 핸드백만 해도 웬만해서는 200~300만 원의 가격대가 보통이다. 만년필이나 라이터, 선글라스 등에 있어서도 백화점 진열대의 가격이 상상 이상임은 물론이다. 값이 비쌀수록 소비자들의 인기를 끈다는 사실도 명품 시장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깎아줄망정 일부러 가격을 올려서 매기는 ‘고가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았다는 뒷얘기도 가끔씩 들려오곤 한다.
문제는 은행대출로 인한 가곗빚이 늘어나고 전셋값이 올라서 큰일이라며 아우성을 치면서도 명품에 집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외출 때는 짝퉁 가방이라도 하나씩 둘러메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명품을 갖고 싶은 마음이야 각국 어디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사실은 썩 유쾌하지가 않다. 외국에서는 별로 판매실적을 거두지 못하던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톡톡히 본전을 뽑았다는 소문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들이 명품 상술의 덫에 걸려들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명품이라면 무조건 혹하는 ‘짝퉁 소비자’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