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혜롭지만 탐욕스럽다. 나중을 위해 먹거나 쓰고 남은 것을 개미나 벌처럼 비축할 줄 안다. 반면 백수의 왕 사자는 욕심이 없는 것 같으나 미련하다. 자신들의 밥인 기린이나 얼룩말에 차여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에도 절대 먹다 남은 식량을 비축하는 법이 없다. 인간은 바로 이 탐욕 때문에 돈, 더 나아가 금융이라는 시스템까지 만들어냈다.
요즘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고민이 많다. 나라의 반석이 돼야 할 관료들의 탐욕 때문이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기에 G2 국가의 수장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개혁, 개방 정책의 가속에 따른 문호 개방이 본격화한 1990년부터 2011년까지 부패 관료들이 해외로 빼돌린 불법 자금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인민은행 발표에 의하면 무려 8000억 위안(136조 원)이라고 한다. 웬만한 동남아 국가의 GDP를 뛰어넘는 규모다. 탐욕을 참지 못해 부패를 저지른 관료의 수 역시 만만치 않다. 2만여 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 인민은행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게 모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외로 빠져 나가지 않은 관료들의 부패 관련 자금이 천문학적 액수에 이른다는 현실은 어떻게 보면 8000억 위안의 존재보다 더 충격적이다. 매년 GDP의 최소한 1%인 4000억 위안(6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리를 저지르는 관료들도 최대 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항간에 유행하는 단어는 더 기가 막힌다. 민다오(民倒. 민간 부패)와 쥔다오(軍倒. 군대 부패)와 함께 3대 부패로 꼽히는 관다오(官倒. 관료 부패)라는 말이 좋은 뉘앙스로 들릴 정도이다. 바로 뤄관(裸官)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직역하면 나체 관료라는 뜻으로, 듣기만 해도 단어의 뉘앙스가 이해된다. 가족을 외국에 보내놓고 언제든지 외국으로 몸만 살짝 빠져나가려고 준비하는 관료를 의미한다. 이들이 먹는 밥도 비둘기 밥이라고 한다. 혼자 몸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으니 아무 것이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료 부패는 전통적으로 유명하다. 부패 방지를 위해 고대에 녹봉제와 균전제(均田制)를 도입했을 정도였다. 중국도 최근 이를 벤치마킹, 공무원들의 월급을 적지 않게 올렸다. 그럼에도 관료 부패는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하다.
혹자들은 중국 관료의 부도덕과 탐욕에 비웃음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G2의 지위나마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조롱의 뜻도 담겨 있다. 그러나 한국 관료의 행태를 보면 남 욕할 것이 못 된다. 탐욕에 관한 한 난형난제가 따로 없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중국과 한국은 동병상련을 앓고 있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