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상앙은 최고 지도자의 의중으로 다스리는 인치(人治)보다는 법치(法治)를 강조했다. 죄를 지은 태자를 벌하기 위해 스승의 코를 인정사정 보지 않고 자를 정도였다. 이 원칙을 통해 진나라는 강성해졌고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법치는 상앙뿐 아니라 진나라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다 보니 혹형이 난무하고 급기야 백성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이후 인치는 중국 역사를 통해 확실한 전통이 됐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짐이 곧 법이다”라는 루이 14세의 말이 통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법치 국가들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국정을 훨씬 더 좌지우지한다. 법치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중국 졸부들의 스포츠로 급부상하는 골프 관련 통계만 봐도 현실은 쉽사리 알 수 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중국의 골프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골프장 역시 폭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600여 개가 있고 400 개가 건설 중이다.
문제는 정식 허가를 받은 골프장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법적 하자가 없는 곳은 1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게 중국 언론의 전언이다. 기가 막힐 일은 2004년 이후 골프장 건설 금지 관련 법령이 10개나 반포됐다는 사실이다.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서 법치라는 말은 완전 무색해진다.
관리들의 행태 역시 다르지 않다. 4000여 만 명에 이르는 관리들 중에 월급 1만 위안(170만 원)이 넘는 수퍼 공무원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중앙 부처의 국장 급만 돼도 생활이 웬만한 중견 기업 CEO들을 뺨친다. 월급만 보면 자식들 대학 보내는 것조차 빠듯해 보이나 유학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인치가 법치를 가볍게 누르고 있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로라하는 지도자급 인사들의 가족 중에 이중 국적자들은 적지 않다. 아니 이중 국적자 한 명 배출하지 못하는 집안은 한심한 가문이라고 해야 한다. 하기야 최근 중국인들이 국부로 떠받드는 쑨원까지 미국 국적을 가졌던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 된다. 역시 법치가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현상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인치와 법치 중 어느 것이 부패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지는 뻔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중국이 법치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한국도 오십보백보이지만 말이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