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는 46억 살 정도인데 생명체의 흔적은 38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가 형성된 후 몇 억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이미 생명체가 발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 태어난 원시지구의 환경 조건을 고려하면 원자와 원자를 결합해서 분자를 만들고 분자와 분자를 결합해서 더 복잡한 유기분자를 만드는 일이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생명의 재료가 되는 유기분자가 풍부하게 있어야 생명체가 태동할 것이 아닌가.
이런 난제를 극복할 묘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범종설’이다. 우주 공간에서 이미 만들어진 유기분자들이 혜성이나 소행성 또는 이들의 부스러기에 포함돼 있다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지구로 들어와서 생명체를 발현시켰다는 것이다. 우주공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이미 다양한 유기분자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 유기분자를 담은 크고 작은 천체들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명의 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시지구 시절 빈번했던 얼음덩어리 혜성의 충돌은 엄청난 양의 물을 공급하기도 했다. 유기분자와 물의 공급은 원시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최근에 캐나다의 타기쉬 호수에서 흥미를 끄는 운석들이 발견됐다. 이들 운석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발견됐다. 아미노산은 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진짜로 아미노산이 운석에 포함돼서 지구로 들어왔다면 범종설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물론 전에도 운석에 함유된 아미노산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지상에 떨어진 운석을 찾아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참고로 하늘에서 타면서 빛을 내는 것은 별똥별, 같은 것이 땅에 떨어져 발견되는 것은 운석이라고 부른다. 며칠 만에 운석을 수거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지구상에서의 오염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별똥별을 보고 소원 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