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이 있다. 현대 사회의 모순을 잘 말해주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압도적 1등이 최고선이나, 이런 상황이 언젠가는 최고 위치를 확인한 주인공의 눈을 찌르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요즘 중국 경제를 보면 이 책 제목이 절실히 생각난다. 나 홀로 잘 나가고 있으나 그게 바로 얇은 얼음 위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하기 어렵다. 백만장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나 경매 시장 규모가 76억 유로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됐다는 사실 등은 일단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들이 엄청난 독이 될 수 있다. 싹쓸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 국채 1조 달러, 3조1000억 달러 외환 보유 현실과 오버 랩 되면 더욱 그렇다. 각국의 견제가 심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중에는 지구촌 곳곳의 구매력 격감으로 상품을 수출할 곳이 없어지는 끔찍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압도적 경제 성장의 페이스가 독이 든 성배라는 단정이 가능하다.
중국은 바보가 아니다. 혼자 초고속 성장의 과실을 따 먹고 나머지 국가들이 헤매면 마지막에 자신의 눈이 찔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이 시장의 내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좋을 말로 상생, 나쁜 말로 키워서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도 좋다. 유럽 순방 중인 원자바오 총리가 200억 달러 규모의 헝가리 국채 매입을 타진한 것이나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은 바로 이런 생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자세는 허셰(和諧. 조화) 사회의 구축이라는 정책의 국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이 중요하다. 독을 제거한 다음 성배 안에 든 술을 마셔야 하는 것이다. 3000억 달러의 국부 펀드 중국투자공사(CIC)를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이 가는 길은 틀리지 않는다. 강이나 바다 속에 절대 포식자가 모든 것을 먹어치우면 결과는 뻔하다. 절대 포식자 역시 언젠가 먹이 부족으로 서로 잡아먹다 사라진다. 절대 강자가 상생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역시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한국이라고 중국과 다를 것이 없다. 파이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라도 사회 전체가 쭈그러들면 순식간에 가는 수가 있다. 기득권층이 지금이라도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배 안의 술을 마시며 불안에 몸을 떨어야 한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