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이 논란이다.
다음달 1일부터 자사 진행자 및 고정출연자가 사회적 현안에 대해 발언할 경우 출연을 금지하도록 한단다. 그 발언인즉,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나 행위,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방송 이외의 장소에서도 적용되는 점이다. 이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다 못해 잠시 숨이 턱 막혔다. 마치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 파시즘 시대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사실은 출연자들의 옷에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을 때 그것을 굳이 흐리게 지워내서 결과적으로 더 튀게 만들 때부터 그 공정성(?) 노력이 과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미 방송은 하나의 거대한 권력조직인 측면이 있는데 자신들만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온전히 보유하고 장악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전제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좌우의 논리로 손쉽게 치부되는 게 아니라, 여러 목소리와 의견들이 오가면서 상식 비상식의 논리로 접근해서 밸런스를 잡아가는 것 아니던가. 그리고 다만 언론이 그 중재역할을 하는 것 아니던가. 그 역할을 맡기도 전에 공정성에 어긋난다, 객관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하는 그 자의 공정성에 대한 심판은 누가 할 것인가.
더 나아가 방송연예인이 방송 외의 장소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못 내는 장치를 만들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 발상이다. 공인의 책임을 요구하고 싶으면 그 전에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탓으로 하루아침에 영웅과 공공의 적이 맹목적으로 생산되어 이미 다들 충분히 ‘하고 싶은 말 하기가 힘들어진 세상’이 되어버렸는데 여기에 또 한 번 자유를 억압하는 구조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TV에 나오면 참 한결같이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멘트에 가식적인 웃음을 시청자에게 날려 어째 죄다 공기인형들 같아 참 매력 없다 생각했는데, 그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이제 현실이 될까봐 간담이 서늘해진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