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희토류에 대한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희토류가 맨처음 발견된 곳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의 이테르비(Ytterby)는, 말그대로 ‘희토류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테르비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자동차로 40여분 달리면 나오는 리조트지로, 이곳의 광산에서 나는 광석에서 희토류가 처음 세상과 만났다.
희토류는 1789년 이테르비 채석장에서 자기에 사용하는 장석(長石)을 조사하다가 발견된 미지의 광석에서 출발했다. 1794년 핀란드인 화학자 요한 가돌린이 새로운 원소의 산화물을 추출했고, 발견된 곳의 이름을 따서 ‘이트륨(Yttrium·원소기호 Y)으로 명명했다. 이 광석은 산지의 이름을 따서 ‘이테르바이트(ytterbite)’라고 불리다가 1800년에 가돌리나이트(gadolinite)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이트륨은 하나의 원소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원소가 잇따라 추가돼 이곳에서만 모두 7개의 희토류가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이테르비는 4개의 원소명을 탄생시킨 세계 유일의 마을이다. 이곳에는 ‘희토류의 고향’답게 원소의 이름을 딴 ‘테르븀 거리’ ‘이트륨 거리’가 있다.
7개 원소 중 이트륨, 이테르븀(Ytterbium·Yb), 테르븀(Terbium·Tb), 에르븀(Erbium·Er) 등 4개는 발견된 마을인 이테르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나머지 3개 중 가돌리늄(Gadolinium·Gd)은 요한 가돌린의 이름에서 따왔고, 홀뮴(Holmium·Ho)은 스톡홀름의 라틴어 이름에서, 툴륨(Thulium·Tm)은 노르딕 국가를 가리키는 옛 라틴어인 ‘툴레’에서 각각 유래했다.
아사히신문의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희토류 원소들이 발견된 채석장은 피요르드 해안 후미에 면한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기제조용 장석 산지로서 18세기 후반에 채광을 시작했다. 광산은 요즘처럼 희토류의 쓰임새가 소중해지기 이전인 1933년 폐광됐으며 현재는 입구도 폐쇄되어 있다.
하지만 희토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 광산 역시 세상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트륨과 깊은 연관이 있는 고온초전도체의 발견으로 198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2명이 수상식에 맞춰 이곳을 방문했고, 1989년에는 미국의 금속학회가 광산을 역사적 자산으로 지정하면서 금속판을 설치했다. 세상의 관심에 자극받은 지역 기업인들도 나서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역사적 명소로서의 정비가 점차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국 연구자들이다. 아직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까지 개발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지역의 모세비 시장은 “조용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지역민들이 급속도로 관광객이 증가하는 것을 환영할지 모르겠다”고 개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럼에도 이 지역 기술자들은 “이 지역 거의 모든 사람들은 중요한 장소 인근에 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개발을 바라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 “태평양에 육지의 800배 매장”…국내선 홍천서 광맥 발견
지난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대 공학연구과의 가토 야스히로(加藤泰浩) 준교수(지구자원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태평양상의 하와이와 프랑스령 타이티 부근의 약 1천100만㎢를 중심으로 한 해저에 엄청난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추정 매장량은 900억t으로 육지의 매장량 1억1000만t의 약 800배에 달한다. 희토류는 수심 약 3500∼6000m 해저에 퇴적돼 있는 두께 2∼70m 진흙층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해저의 진흙을 퍼 올리는 것으로 채취가 가능하며 육지의 희토류 광산처럼 방사상 원소가 거의 없어 이용에 적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저에서 개발 가능한 희토류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대규모 해저 희토류 매장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점차 가열되고 있는 ‘희토류 전쟁’이 종식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해저 매장지의 희토류 농도는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남부의 광산에 필적할 만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충북 충주와 강원 홍천에서 50년 동안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희토류 광맥이 발견됐다는 발표에 홍천군과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 희토류(稀土類)란?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삼파장 전구, LCD 연마광택제, 가전제품 모터자석, 광학렌즈, 전기차 배터리 합금 등 첨단 전자제품의 필수재료로 쓰이는 희귀 광물을 일컫는다. 희토류 원소(rare earth elements)는 주기율표의 스칸듐(Sc)과 이트륨(Y), 그리고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를 합친 17개의 화학 원소를 통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