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철 기자 자화상. 예비역 육군소령으로 군사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軍(군)에) 참 좋은데 말을 못하겠네' 한때 이런 문구의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이 문구를 풀어보면 홍보도 알아랴 한다는 뜻이지 않을까. 그런데 육군은 엉뚱한 오해만 키우고 있다.
지난 18일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첨단국방산업전 및 미래 지상전력기획 심포지엄이 열리는 대전 컨벤션센터를 방문했다. 서욱 총장은 이날 육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복' 시제품을 착용하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중화인민해방군의 전투복 같다는 혹평을 받는 차세대전투복을 입은 서 총장이 중국제 짝퉁 청력보호헤드셑이 걸린 전시물을 보는 모습은 언론에 고스란히 담겼다.
Z-TAC청력보호헤드셑은 미군 등이 사용하는 스웨덴 제품을 베낀 짝퉁으로 실전에 사용하기는 제한되는 제품이다. 한 방산업체가 미래병사체계 개념을 소개하면서 짝퉁을 사용한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육군도 중국몽(中國夢)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말에는 육군의 변화의지가 과도한 홍보로 구겨질 것 이란 지적도 함께 담겨있다.
차세대 전투복은 아직 개념조차 잡히지 못한 연구분야다. 육군 자문위원들은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하되 언론공개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그렇지만 전임 김용우 총장은 지난해 국군의 날을 기점으로 전격 공개했다.
위장에 대한 전문연구기관이 아닌 민간대학 의상디자인과가 약 반년만 에 내놓은 연구결과를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 앞에 내 놓은 것이다. 꼼꼼하고 신중하기로 알려진 후임 서욱 총장도 전임자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하는 걸까.
아니면 홀로 부하들이 싸주는 홍보라는 돌군장을 짊어진 것일까.
20일 인천 국제평화지원단에서는 남수단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펼칠 한빛부대가 '워리어플랫폼' 장비 시연을 펼쳤다.
익명의 시연 참가자는 사격 시연 중 총기의 발사음을 줄여주는 소음기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총구의 발사압을 견뎌야 하는 장비가 하늘로 날으다니 재밌지 않나.
더 재밌는 것은 사격 체험자들은 의자에 앉아서 사격을 했다. 새로운 전술교리가 나온 걸까.
22일 성남 삼양사 디스커버리센터에서 열린 특수 및 지상작전 연구회(LANDSOC-K)'의 제3회 세미나에서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의 우려가 제기됐다.이에 육군본부 손대권 준장은 우려에 대한 해명과 함께 협조를 호소했다.
그렇지만, 객석에 있던 몇몇 군인들은 '육군의 과도한 홍보가 엉뚱한 PPL(간접광고)만 키우는 걸 모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몰래 전하기도 했다.
익명의 한 군인은 "지난해 아크부대를 워리어플랫폼의 홍보수단으로 쓰면서, 미국의 C사 장비와 피복을 적절하게 복제했던 것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현장에 피복 및 장비가 재질과 강도면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인은 "군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총기관련 특정제품을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야전에서는 워리어플랫폼을 걱정한다"며 "중국산 의혹이 제기된 H제품은 육군의 홍보에 이용되면서 100~200달러선의 가격이 5~60만원선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잘 모를 때는 조용히 있으면 2등은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제는 홍보보다 차분한 검증과 의견수렴, 수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