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고 자동차,조선,방산,IT 가 민다
한국 제조업 전방위 도약, 글로벌 밸류체인 '톱티어'로
한국 산업이 전방위 재도약기에 들어섰다. 반도체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질주하는 가운데 조선과 방산이 뒤를 받치고, 자동차는 관세 역풍 속에서도 글로벌 점유율을 지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다. 주력 산업이 동시에 살아나면서 성장률과 수출이 주요국 최상위권에 올라섰다. 미국·유럽과의 산업 협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며 'IT·제조 강국'의 위상을 다시 쓰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증가해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이 5.9% 늘고 설비투자가 6.6%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교역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9.2% 늘어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목 GDP 성장률도 10.5%로 1976년 1분기 이후 5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도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분기 수출액은 219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7.8% 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785억달러로 139% 급증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한국은 이 기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수출 5위에 올랐다.
성장의 견인차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DS)부문만 53조7000억원을 거뒀다.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조로 분기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1조5000억달러를 넘어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증권가는 내년 영업이익이 엔비디아를 제친 세계 1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KB증권 488조원)까지 내놓고 있다.
여기에 조선과 방산이 뒤를 받친다. 한화오션은 1분기 영업이익 4411억원으로 2023년 출범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냈으며 HD현대도 2017년 지주사 전환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방산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 방산 수주잔고가 3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두 산업 모두 수출 호조 속에 외형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자동차는 미국의 관세 장벽 속에서 꿋꿋이 버티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영향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앞세워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6.0%로 끌어올렸다. 현대차·기아는 5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기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사상 처음 4%를 넘어섰다. 전기차 둔화 국면에서 하이브리드로 수요를 흡수하며 미국 시장을 지켜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밸류체인에서의 K-산업의 위상도 달라졌다. 엔비디아는 8일 SK하이닉스와 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삼성전자와는 HBM4·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서 하이브리드 현지 생산을 시작하며 관세 부담을 현지화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미국 해군 함정 협력을, 방산업계는 유럽·중동 등지로 수출전선을 넓히고 있다. 한국 기업이 단순 부품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주체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성장이 반도체에 쏠린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25%에서 54%로 뛰었지만, 최근 반도체주 급락으로 'AI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업종이 겪고 있는 대미 관세처럼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결국 반도체 의존을 낮추고 조선·방산·자동차 등으로 성장 축을 좀더 넓히는 것이 이번 호황을 단기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도약으로 잇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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