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의 신곡 ‘Nu ABO’는 시작부터 잘게 쪼개진 비트가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구도가 마치 만화경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도입부부터 세련되게 들리는데 그건 확실히 세심한 조율의 결과다. 일단 사운드에 있어서는 감각적으로 다듬어 반질거리는 면을 드러내는데 이제껏 발표된 (댄스)가요 중에서 이 정도의 단면을 드러내는 음악이 없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이런 인상은 EP에 수록된 다른 곡 중 몇 곡에서도 마찬가지다. 다급한 테마가 반복되는 가운데 댄서블한 멜로디가 주도하는 ‘Mr. Boogie’와 아기자기한 틴 팝(teen pop)인 ‘아이스크림’ 등이 귀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이 음악을 몇 번 들어본 뒤에 드는 생각이다. 특히 ‘Nu ABO’의 첫인상은 꽤 놀라울 정도로 어이없는데 그건 확실히 가사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에 대해서 ‘음악은 좋은데 가사는 견딜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사운드는 외국산이다. 보도 자료에 의하면 보아의 미국 데뷔곡 ‘Eat You Up’을 작곡한 토머스 트롤센과 샤이니의 ‘줄리엣’을 만든 컷 파더가 작곡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사는 유영진. 사람들이 어이없어 하는 가사 중에 대표적인 건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궁디순디 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정말 난 누 예삐오”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아저씨가 10대들을 이해하느라(혹은 하는 척하느라) 괴상한 말투를 쓴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10대들을 겨냥하기 위해 10대들의 말투를 그대로 차용한, 요컨대 치밀한 전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노래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에 대한 곡이다.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좀 달라진 것뿐인데 왜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면 두 가지 맥락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이 노래는 10대 소녀를 겨냥하는 곡이므로 그들이 쓰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해외 시장을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세련된 사운드를 구현해야 한다는 분열이다. 그리고 이 강박과 분열은 국내 메이저 기획사들이 모두 직면하는 위기다.
f(x)의 신곡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 역시 그 때문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점인데, 나로서는 일단 국내 메이저 기획사와 거기서 나오는 음악들이 범아시아적인 가치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균열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