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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보름달 만든 ‘별의 사랑’

2009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였다. 10월 31일에는 400년 전 갈릴레오가 처음으로 망원경을 사용해서 천체를 관측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천체망원경 400대를 한자리에 모으는 퍼포먼스를 준비했었다. 여러 날 전에 이미 700대가 넘는 천체망원경이 사전 등록을 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였다. 행사가 계획된 그 주 내내 비바람이 몰아쳤다. 결국 행사는 취소되었고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아쉬움이라는 큰 별을 새겨 놓았다.

지난 금요일 부처님오신날, 서울 올림픽공원에는 오후에 접어들면서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천체망원경을 들고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각대에 올려놓은 쌍안경, 작은 60㎜ 굴절망원경부터 30㎝에 이르는 커다란 반사망원경까지 다양한 천체망원경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년만큼 야심 차게 도전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214대의 천체망원경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관을 이루었다. 5t 트럭을 특별 개조해서 망원경 두 대를 갖춘 이동천문대가 된 스타-카도 이 자리에 동참했다.

망원경 모으기 행사에는 일곱 살짜리 꼬마 아이로부터 일흔 살 할머니까지 별을 사랑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올해로 꼭 일흔인 이기자 할머니는 직접 들고 나온 천체망원경으로 일반인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설명하느라 열심이었다. 날씨는 여전히 문제였다. 오후 내내 옅은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다행히 해가 지고 어둠이 스며들면서 구름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사월 초파일을 맞은 반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214대의 천체망원경이 한꺼번에 반달을 향했다. 문득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하나의 달이 천 개의 강에 드리우는 그 모습처럼 하나의 반달이 214개의 천체망원경에 물들었다. 금성도, 화성도, 토성도 천체망원경에 화답하듯 서둘러서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별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반달의 나머지 반쪽마저 꽉 채워버릴 것만 같았던 흐뭇한 늦은 봄날 밤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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