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민 가정의 남편 월급은 150만원이다. 필리핀에서 온 아내는 남편이 큰 부자라고 여기고 10만원이 넘는 아이의 옷을 덜컥 저질렀다. 외국인 아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남편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화폐의 구매력개념이 형성되지 못한 탓이다.
화폐 개념이 없다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에 장애를 주는 일이나 다름없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본적인 경제적 의사결정 능력의 부재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엄마 돈이 없으면 신용카드로 쓰면 되잖아.’ 지금의 부모 세대는 어릴 적부터 심부름으로 자연스러운 경제교육을 받았다. 두부 한 모, 콩나물 몇 백원어치의 심부름 속에서 화폐의 구매력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대량 구매하고 한꺼번에 신용카드를 긁어 소비하는 부모의 소비생활 속에서 화폐 구매력 개념을 익히지 못하고 자란다. 특히 부모의 일상적인 신용카드사용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민자의 경우처럼 화폐 개념이 추상적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원의 크기가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돈이 쉽게 생기는 것쯤으로 여기고 욕구 실현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식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욕구 통제 능력이 없으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큰 좌절감이나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신중한 태도로 최선의 것을 선택하는 소비습관을 의도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하나를 얻으면 내 지갑의 현금이 포기된다는 것을 보고 자라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 갖게 된 것이 무언가를 포기해서 얻게 된 가치있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재무설계 전문가
‘아버지의 가계부’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