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 이야기만 계속하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평론 지면도 아닌 이 난을 통해 ‘하녀’ ‘시’에 이어 ‘하하하’에 대해 말할 참이니 말이다. 세 편의 작품이 모두 칸 영화제 출품작이다. 게다가 그곳에서 상당한 평가들을 받고 있다는데,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단다. 상 이름도 재미있다.
영화는 통영을 각기 다녀온 영화감독과 영화 평론가 선후배가 청계산 자락에서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여행담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된다. 둘 다 겉으로는 허우대 그럴싸하게 보이나 정처없는 비정규 3류 인생이다. 되는 일이 없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훌쩍 떠나는 걸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중이다. 누가 봐도 너절한 삶이다. 그런 둘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온 줄로 알고 있지만 사실 같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은 희망 하나는 사랑이다. 그렇게 사랑으로 인생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의치 않다. 애인이 있는 이혼녀, 아내가 있는 남자, 직업이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인생들이 얽힌 뒤죽박죽의 인연들이 실타래를 풀려 하나 그럴수록 뭔가 자꾸 엉키기만 한다. 그래도 끝내 유쾌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살이 별 볼일 없게 지내는 이들이 찾은 통영은 이순신, 박경리, 윤이상 등의 호탕하고 걸출한 이름이 빛나는 마을이다.
그곳 지역 유지인 박물관장은 그런 이름들이 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며 살아간다. 한반도 줄기를 따라 한참 내려가다가 낭떠러지에서 마주치는 듯한 바다 마을 통영이 보여주는 풍경은 그렇게 대조적이다. 상처로 얼룩진 절망과 과거를 먹고사는 희망, 두 개의 시선이 교차되는 지점이다. 그 교차로에 서서 바람이 불고 비릿한 내가 나는 인생에서 갈 길을 정해야 한다. 주목할 만한 시선이 담긴 인생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먼저 할 일이 있다. 기분 전환부터 하자. 신나게 웃어 젖힐 일이 자꾸 없어지는 것만 같은 요즘, 이 시대를 향해 일부러라도 “하하하, 호호호, 으하하하” 하고 폭소를 터뜨리고 싶다. 듣는 사람에 따라 그게 좋아서 웃는 것인지 아니면 비웃는 것인지 모르게 말이다. 기분이나마 좀 풀리지 않을까? TV에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고 있다. 아, 이런 땐 웃으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