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 5000만원까지 가능’이라는 은행 직원의 말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과거 개인 신용(대출)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점을 기억한다면, 은행이 돈을 빌려 주겠다는 제안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능력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특혜로 인식하고는 ‘빌릴 수 있을 때 빌려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당장 부채를 일으켜야 할 급한 사안이 없음에도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 마이너스 통장이 일반적인 신용 대출보다 갚기 더 어려우며 이자비용에 있어서도 손해를 본다는 사실입니다. 마이너스 통장이란 비상시에 쓰려고 만든 것이지만, 언제든 다시 채워넣을 수 있다는 생각 탓에 ‘비상’이 아닌 ‘일상’의 시기에도 대출을 써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슬금슬금 마이너스가 쌓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한도까지 써버립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자신의 ‘구매력’으로 인식해버리는 심적 회계의 오류 때문입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월급통장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달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 200만원을 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다음달에는 200만원의 이자(연 11% 가정) 1만8000원가량이 다시 마이너스 통장에서 결제됩니다. 이제 마이너스 잔액이 1만8000원 늘어나 버린 것입니다. 다음달에는 이자 1만8000원에 대한 이자도 지불해야 합니다. 만기가 정해져 있는 신용대출에 비해 0.5%포인트 정도 금리도 높습니다. 이자의 이자를 지불하는 구조이면서 보통의 신용대출보다도 금리가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급여가 들어와 마이너스를 해소해버리면 그만큼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으나 각종 결제금으로 급여가 빠져나가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장에 머무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자 비용을 줄이는 데 월급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순식간에 한도가 바닥나 버립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담보대출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마이너스 대출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재무설계 전문가 ‘아버지의 가계부’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