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라고 하면 두 사람이 떠오르게 된다. 한 사람은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고인이 된 가수이고 다른 한 사람은 국내 최정상의 기타리스트다. 살아 있는 김광석이 지난 주말 ‘구름 위에서 놀다’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가졌다. 어눌한 말투와는 달리 그의 기타 연주 솜씨는 신기에 가깝다. 스물한 살 때인 1976년부터 미 8군 무대와 전설적인 그룹사운드 He-5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그에게 기타는 이미 몸이다.
오랜 세월 록 뮤직 연주에 빠져 있던 그는 아시아의 거대한 대지와 하늘을 그의 음악이 태어나는 새로운 모태로 삼아가고 있다. 그가 연주를 하면 별들이 반짝이는 몽골의 밤하늘이 보이고, 고독한 사막의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건 그의 정신세계의 변모가 가져온 결과이자 영혼의 출발점에 대한 각성의 표현이다. 2003년 김광석은 국악과 만나기 시작한다.
그런 그였기에 이번 공연에 ‘비타 산조’라고 이름이 붙어 흥미로웠다. ‘비타’란 그가 우리의 전통 비파와 기타를 혼합해서 만든 독특한 악기의 이름이다. 악기 하나에서 거문고, 가야금, 비파, 기타 소리가 한꺼번에 어우러져 나온다. 그런 까닭에 비타의 산조가 울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내 이 나라 산하의 굽이굽이에 얽히고설키어 있는 한과 흥의 물결 속으로 빠져든다. 그걸 우리는 가락이라고 부르고 춤이라고 하며 소리라고 이름 짓는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 공연에는 밀양백중놀이 무형 문화재 하용부의 춤 무대가 함께 펼쳐졌다. 그의 몸놀림에서 흙냄새가 났고 기운이 절묘하게 뻗었다가 꺾이고 다시 솟구치는 모습에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취기가 도는 듯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 시대의 노래꾼 장사익에 이르면 가슴이 자기도 모르게 서럽게 죄이고 눈물이 흐르며 절로 탄복하게 된다. 장사익의 노래는 그의 절절하고 열정적인 몸짓과 함께 보고 들어야 제격이다. ‘봄날은 간다’ ‘빛과 그리고 그림자’ ‘동백 아가씨’가 그의 산전수전 다 겪은 목청에서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회한으로 다시 탄생한다. 거기에 김광석의 비타 연주까지 더해지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결국 제 뿌리로 돌아가 제 자신을 제대로 찾는 이가 복되다. 그런데 우린 지금 정작 무슨 가락을 듣고 그에 맞춰 춤을 추고 소리를 하는 것일까? 혹시 남의 장단에 춤추고 웃고 울며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