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안녕하세요 캣우먼. 저는 자타공인 최강 동안인 서른다섯 살 직장녀입니다. 한 달 전 홍대클럽에 놀러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죠. 그가 제 나이를 ‘스물다섯 살’이라고 맞효 보기에저는 그냥 흐뭇해서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희미하게 웃어만 줬어요. 그렇게 그날 하루 같이 잘 놀고 끝난 줄 알았는데 그 남자가 제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을 해왔고 그 후 저희는 급격히 연인모드가 되었는데…우연히 그가 제 진짜 나이를 알게 되었어요. 자신을 속였다며 버럭 화를 내더군요. 전 거짓말한 적은 없고 본인이 그냥 그렇게 멋대로 믿은 것뿐인데 제가 뭘 그리 잘못한 건데요?
(피나콜라다)
Hey 피나콜라다! 잘못했지. 상대가 나를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이나 연하로 보고 있는데 실제 나이 알게 되면 좋을 것 없다고 대충 예상했을 거 아냐. 가만히 입 다물고 묵인한 것, 상대가 착각하고 있는데 시정을 안 해 준 것 자체가 거짓말을 한 거나 다름없다고. 이건 마치 내가 대학에 특강 나가서 여대생인 척하는 것과 뭐가 달라. 진실을 밝혀주는 것은 상대가 혼자 오해하고 상상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본의든 아니든 무언가를 속이거나 숨기게 되면 나중 일이 아주 귀찮아진다는 거 아냐. 그가 경악하며 화낸 것은 열 살 연상이라는 것에 대한 쇼크도 있겠지만 상대의 거짓말이 탄로 난 순간 그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닌 너무나 낯선 인물로 느껴져서 공포스러운 거야. 물론 어떤 관계에선 그 애정의 정도가 이미 너무 깊어져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돼도 관계를 돌이킬 수 없다고도 하지만 그 남자의 경우 열폭하는 걸 보니 감정도 깊지 않았거니와 역시 아직도 어린 티가 팍팍ㅋ. 결론은 중요한 것에 대해 입다물고 사귀는 것은 성실한 교제라고 볼 수가 없어. 거짓말하면서 사귀는 시점에 이미 이것은 단순히 ‘노는’ 관계밖에 안 됨. 아, 그러고 보니 어차피 처음엔 그저 잘 놀아보겠다고 시작한 거였잖아.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