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시작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 위기가 이번에는 헝가리로 불똥이 튀었다. 지난달 출범한 중도우파 정부의 책임자들이 재정적자로 인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과거 사회당 정부의 재정분식이 문제라는 얘기다. 새로 출범하는 마당에 지난 정부의 책임 소재로부터 벗어나자는 뜻일 터이다.
문제는 헝가리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라트비아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헝가리와 함께 IMF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이다. 사태가 확대될 경우 자칫 남유럽에서 동유럽으로 이어지는 동반 몰락의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이다.
지난 주말, 우리 정부 주관으로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예정에 없던 이 문제가 긴급의제로 채택된 것만 보아도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짐작하게 된다. 심지어 재정이 바닥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국가 파산’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나 개인이나 빚잔치로 어영부영 지내던 시절은 끝난 셈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가장 거대한 화약고는 역시 미국이다. 며칠 전, 재정적자로 인한 미국의 국가채무가 13조 달러선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새로운 단위를 갱신했건만, 유럽 현안에 눈길이 쏠린 나머지 거의 지나쳐버린 듯하다. 미국이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도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 국가채무는 이자부담을 포함해 1분만에 수십만 달러씩 늘어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민 1인당 3만 달러씩의 빚더미에 오른 것도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버냉키 연준의장은 여전히 “중앙은행이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돈다발을 인쇄기에서 찍어내 뿌릴 때만큼은 만족스럽겠지만, 곧바로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