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나로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 미처 진입하지 못한 채 발사 137초 후 대기권 70㎞ 상공에서 폭발해 제주도 남쪽 470㎞ 공해상에 추락했다. 나로호 폭발의 원인을 두고 우리 측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제작한 1단 로켓이 연소를 멈추는 229초 이전에 폭발이 일어났고, 나로호 폭발 동영상 분석 결과 1단 로켓의 불꽃이 푸른색을 띄다 이내 붉은 색으로 바뀌며 불완전 연소의 징후를 보였던 것을 바탕으로 1단 액체로켓의 엔진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측에서는 오히려 “러시아가 만든 엔진은 계획한 대로 작동했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2단 로켓이 예정보다 일찍 점화되는 등 우리 측 제어장치의 결함이 실패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따라서 향후 나로호 폭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작업이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사고 분석의 소중한 자료가 될 1단 로켓과 관련된 데이터에는 러시아만 접근할 수 있고 잔해 수거와 분석 작업도 기술 유출이라는 이유로 우리 마음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로서는 러시아에 칼자루를 넘겨준 채 사고분석에 주도권을 갖기 힘든 모습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 나로호 발사 실패가 오히려 우리의 우주개발의 지반을 더 굳건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있다. 대등하지 못한 국제 협력은 오히려 우리의 연구 개발을 저해할 수 있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발사체 기술이 있는 나라들이 우리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에 어쩌면 지금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국제협력을 통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세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갖는 국제 협력을 이끌어 냈을 때에야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건투를 빈다.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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