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전쟁영화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 호크 다운’처럼 극도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 같은 유행은 전쟁터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 장면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하는 연출 방식으로 볼 수 있는데, 16일 개봉되는 ‘포화 속으로’는 반대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차별화된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71명의 학도병이 산화한 포항여중 전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학도병들을 이끌지만 속은 여린 장범(최승현)과 거친 성격으로 사사건건 장범과 맞서는 갑조(권상우), 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국군 간부 강석대(김승우)와 강직한 성품의 북한군 진격대장 박무랑(차승원) 등이 나와 동족상잔의 소용돌이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린 남북의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연출을 맡은 이재한 감독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요나라 이츠카’ 등 멜로영화에 치중해 왔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대단히 감성적인 시선으로 전쟁의 참상에 접근한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소년들이 누구에 의해 쓰러지는가보다는, 어떻게 아파하며 죽어가는가를 말하려 애쓴다. 이 과정에서 초반에는 풋풋한 느낌의 성장영화로, 막판에는 원맨 액션물로 흐름이 바뀐다. 바로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죽음의 당위성을 한번쯤 건드리고 넘어가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출연진의 연기는 대부분 무난하다. 첫 영화 출연치고 무게감 있는 눈빛을 자랑한 최승현이나, 특유의 껄렁껄렁한 매력으로 돌아온 권상우 모두 제 몫을 해냈다. 둘을 뒷받침하는 차승원과 김승우 역시 충분히 매력이 넘친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