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단막극의 전성기가 있었다. ‘베스트셀러극장’과 ‘TV문학관’, ‘베스트극장’과 ‘드라마시티’로 이어지던 이 전성기는 저조한 시청률과 그럼에도 투입되는 제작비의 상관관계, 요컨대 경제논리 때문에 TV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단막극을 지지하는(지지하던)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한국 드라마의 질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논리가 아니라 구조적 필요에 의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KBS에서 단막극이 2년2개월 만에 부활했다. ‘드라마 스페셜’이란 제목이다.
지난달 15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노희경·박연선 작가를 필두로 박시연·이재룡·김여진·이원종·박기웅·이선균·황우슬혜·선우선·이태성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소소한 화제를 얻고 있다.
사실 단막극은 미니시리즈나 특별기획 드라마들처럼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애초에 이런 포맷에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작가와 연출, 특수효과 등의 실험적인 장으로서 또한 신인 배우와 기성 배우 할 것 없이 다양한 폭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산업적인 효과와 드라마 산업 내부의 질적 향상이라는 점에서 TV 단막극은 ‘의미 있는 일’로서의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2년2개월 전, ‘드라마시티’가 폐지되었을 때의 낭패감은 단지 아끼던 TV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라 외연만 넓히려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좁은 시야에 대한 걱정이었다.
물론 ‘드라마 스페셜’이 시작되었지만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는 건 아니다. 아직 시작한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 스페셜’을 지지하고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지한다.
이유는 앞서 얘기했다. 이 단막극이 오래도록 제작되고 보여지면 좋겠다. 그래서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 작가를 꿈꾸고 연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통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KBS2 ‘드라마 스페셜’은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15분에 방영한다. 브라운관 앞에서 치킨에 맥주 한잔하기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