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이 강해 암보험이나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가입의존도가 높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중산층이 의료실손 보험뿐 아니라 가장의 사망을 대비한 종신보험 가입에도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을 흔히 접합니다. 집에 딸린 빚을 갚는 데 허덕이면서 연 10%대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보험료가 지출되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만 당장 보험을 해지하는 것은 불안하다고 여깁니다. 오히려 빚이 있고 저축에 의한 여유자금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질병이나 가장 사망에 대한 불안이 더욱 증폭되는 것입니다.
물론 보험이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융상품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축이 불가능하고 채무가 가정 경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보험 가입이 최우선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공보험 체계하에서 민간 의료보험 가입 부담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최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라는 단체가 준비위원회 발족을 한 것은 개별 가정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준비위원회에서는 국민 1인당 1만1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자고 주장합니다. 4인 가족이면 5만원이 채 안 되는 돈입니다. 5만원가량의 건강보험료 인상이 이뤄지면 30만원이 넘는 사보험료를 줄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25만원의 차액은 부채 상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늘려 노후 준비를 더욱 알차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의 사망을 대비한 종신보험의 경우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이 좀 더 강화된다면 대체 가능합니다. 결국 개인들의 개별 비용을 국가적 차원으로 해결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은 더 늘어날 것이고 저축과 소비가 동시에 늘어 가계 재정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재무설계전문가 ‘아버지의 가계부’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