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표절 논란에 결국 커밍아웃했다. 메트로신문이 보도(6월 11일자)한 대로 4집 ‘에이치-로직’에 수록된 신인 작곡가팀 바누스 바큠의 6곡이 표절로 판명 났다.
표절 논란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처럼 대놓고 베낀 곡들이 한 앨범에서 무더기로 쏟아진 사건은 이효리 개인에 앞서, ‘진짜 가수’를 키워내는 데 소홀히 했던 가요계 전체의 문제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음악의 본질보다 패션이나 퍼포먼스와 같은 외형적 스타일을 더 중요시하게 됐다. 이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인기 가수를 만드는 기본 수단이 됐다. 미디어나 대중들 역시 신보 속 음악보다는 부수적인 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효리는 이를 부추긴 장본인이지만, 이 같은 기형적 풍토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2003년 솔로 데뷔곡 ‘텐 미닛’의 성공 후 가요계는 스타일 우선주의를 추구하게 되면서, 모두 ‘이효리 따라잡기’에만 혈안이 됐던 게 사실이다. 반면 이효리가 음악적 검열 능력을 갖춘 진정한 가수로 홀로서기를 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물론 이효리가 스타일 아이콘으로 가요계는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서 유행을 선도한 것은 높이 인정할 만하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솔직한 어조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모습 역시 톱스타다웠다.
그러나 자신도 인정했듯이 음악적인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표절의 타깃에 쉽게 노출돼 있었고, 이를 사전에 방지할 가수로서의 능력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요계가 주업이 가수인 이효리를 스타일 아이콘으로만 머물게 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이효리가 아닌 가요계 전체에 큰 깨달음을 전해준다. 가수에게는 스타일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음악을 검열할 수 있는 능력이고, 가요계는 가수들이 노래하는 사람의 본연의 자세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했는데 너무 미흡했다. 이효리만 탓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