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의 요리소설집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음식도 일종의 욕망과 같은 것이어서 음식과 성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인간의 욕망은 과연 충족해야 하는 것인가 절제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했다, 면 순 거짓말이고 엉뚱하게도 단 한 번 등장한 ‘델리카트슨’이라는 단어에 꽂혀버렸다. 어느 낯선 도시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들른 델리카트슨에 대한 묘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델리카트슨(delicatessen) 또는 그 줄임말 델리(deli)는 본래 조리된 식품을 파는 가게라는 의미다. 요즘에는 신선한 재료를 즉석에서 조리한 식품이나 가벼운 식사거리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거나 매장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말한다.
룩앳미는 가로수길에서 가장 먼저 생긴 델리카트슨이다. 몇 개월 전 확장 이전하면서 예전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는 덜해졌지만 룩앳미만의 매력인 ‘셰프의 논스톱 서비스’는 여전하다. 룩앳미에는 홀을 책임지는 스태프가 따로 없기 때문에 물과 식기 같은 경우 셀프서비스다. 하지만 하얀 제복을 입은 ‘친근한’ 셰프가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직접 서빙하기 때문에 왠지 신뢰가 간다.
본인이 만든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서 그럴까. 룩앳미의 음식은 언제나 푸짐하고 신선하다. 크림치즈를 살짝 올린 따뜻한 치아바타와 함께 나오는 샐러드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홈메이드 버거 역시 맛있다. 그중에서도 슬라이스 치즈가 아닌 리얼 치즈를 넣은 모차렐라 살사버거와 트리플 치즈버거는 룩앳미의 ‘완소’ 메뉴다.
/글·사진 윤희상(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