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월드컵에 도취해 응원하고 감동하며 시선을 둔 것은 선수들의 ‘몸의 소통법’이었다.
본인 생의 가장 빛나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90분 동안 경기는 두 다리와 허파가 뛰었지만 감정은 오롯이 등과 가슴으로 전달됐다. 세계에서 가장 잘 ‘찬다’는 남자들이 승부를 위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올 때, 공을 쫓아 수비를 하거나 공격을 시도할 때, 실축하고 허탈해 할 때, 감격에 겨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질주할 때 그들의 등은 가슴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경기를 위해 거쳐온 혹독한 훈련을 보상받겠다고,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벗고 오늘의 카니발을 마음껏 즐기겠다고, 명분이나 이념 따위 모르겠고 무조건 목숨 걸고 이기겠다고. 박지성의 7번이건 박주영의 10번이건 카메라가 표정을 잡기 전에 이미 얼굴보다 등이 먼저 자책하고 미안해 하고, 뽐내고 감격하며 울었다. 애써 감정을 참느라 흔들리는 어깨, 크게 부풀어올랐다가 내려앉는 뒷모습은 애틋했다.
메시와 자축할 때, 이청용을 격려할 때, 정성룡을 위로할 때 마라도나와 허정무, 이운재는 가슴을 끌어안았다. 아마도 그들은 서로에게 누구보다 너 자신을 위해 뛰라고,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넘버 원’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들은 툭, 한 번 등을 치고 가슴을 부닥치는 것으로 다시 못 설지 모르는 월드컵대회의 그라운드를,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마음껏 누비고 있었다. 무심한 듯 스치는 터치 한 번이 구구절절한 고백보다 더 감동적이고, 마음을 다해 끌어안는 억센 팔이 서약보다 더 강한 결속을 만든다.
그렇게, 두려움을 감춘 등과 울음을 참는 가슴이 스포츠를 위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