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영국 석유회사 BP의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했다. 이 폭발 사고로 시추를 위해 해저 1500m 깊이까지 설치된 파이프에 구멍이 생기면서 하루 최대 1만9000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뿜어져 나오는 환경 대재앙이 시작됐다. 사고 발생 후 지금까지 BP는 23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퍼부어 가며 원유 유출을 차단하고 유출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실시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원유 유출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하며 민심을 다독였다. 또한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BP에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고 BP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동시에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200억 달러의 피해보상 기금을 조성토록 하였다.
이번 사고로 인해 BP는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BP의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진한 붉은색으로 “멕시코만 대응”이라는 메뉴가 새로 만들어져 있었고 원유 유출에 대한 BP의 대응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또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BP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는 메뉴도 마련되어 있었다.
비록 미국 국민은 정부의 무능함과 BP의 부적절한 대응을 성토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을 2007년 태안반도 원유 유출사고 당시의 국내 상황과 견주어 보면 부러운 점이 적지 않다. 그 당시 해안에 밀려온 원유를 제거하기 위해 나선 주체는 개개의 국민이었고 방송국에는 변함없이 성금 행렬이 이어졌다. 국민이 보여준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행동은 매우 고무적이었지만 그 자리에 국민 대신 우리 정부와 사고 당사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서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