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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20년만에 재연된 ‘배달의 기수’

개인적인 얘기인지 모르지만, KBS의 특별기획 드라마 ‘전우’는 20여 년 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배달의 기수’를 환기한다.

인민군이 잔인무도한 살육자이자 굶주린 난민으로 그려진 그 작품은 6·25 이후 남한 사회가 근거로 삼은 ‘반공’의 실체가 사실은 (미국의 원조에 의한) 남한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신화에 기반한 것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전우’의 제작진은 이 작품이 반공드라마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념이 달라 헤어진 연인 이현중(최수종)과 이수경(이태란)의 안타까운 로맨스와 일제치하 독립군 출신의 국군 사단장 박웅(이덕화)의 젠틀한 매력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은 북과 남의 대립구도에 헤어진 연인과 엇갈린 운명의 인물들을 교차적으로 배치하며 전쟁의 잔혹한 속성을 예리하게 파고들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그런데 왠지 개운하지 않다. 전쟁은 아군과 적군 누구에게나 공포스러운 공간이고 그 거역할 수 없는 강제성이 인간을 해치는 장이다. 그런데 이 비극적 순간은 북과 남의 장교로 등장하는 두 주인공들의 꼬인 운명이 아니라 하릴없이 쓰러지는 인민군 국군 양민들의 삶에 있다.

이름도 없는 그들의 삶이 사라져버리는 순간이야말로 비극이다. 그런데 ‘전우’에는 그런 관점이 없다. 다만 국군의 사격에 추풍낙엽처럼 스러지는 인민군 병사들의 모습이 존재한다. 스펙터클하다. 카메라는 용맹하게 적진에 뛰어들어 적들을 사살하는 우리 편을 뒤쫓는다.

요컨대 총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며 스러지는 적군의 모습은 전쟁의 비극을 슈팅 게임의 카타르시스로 전환한다. 1회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대규모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내보낸 ‘전우’는 기획의도와는 달리 6·25라는 역사적 사실을 스펙터클한 전쟁 드라마의 하이퍼 리얼리티로 전환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우’가 환기하는 게 20년 전에 방영된, 한반도에서 일어나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간 전쟁에 대한 하이퍼 리얼리티의 정점이었던 ‘배달의 기수’인 건 당연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전쟁 드라마의 노스탤지어와 스펙터클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전우’에 대한 평가는 사실 이 한 문장이면 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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