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3편인 ‘이클립스’에서 팬이 아닌 평범한 관객들은 살짝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다.
1편인 ‘트와일라잇’에서는 평범한 소녀가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평범하지만 그래도 기승전결이 있는 줄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소녀가 자신과 뱀파이어의 사랑을 절대화시키는 2편 ‘뉴 문’에서 시리즈는 슬슬 현실세계의 논리와 연결점을 잃어버린다. 그러다 스토리 전체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주인공 소녀가 벌이는 ‘어장 관리’만으로 이루어진 ‘이클립스’에 이르면 논리가 다소 불친절해진다.
우리의 주인공 벨라 스완은 드디어 학교를 졸업하고 에드워드와 결혼해서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끊임없이 웃통을 벗고 나타나 삼각관계를 만드는 버릇이 있는 옆집 늑대인간 소년 제이콥과 아직도 벨라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빨간 머리 뱀파이어 빅토리아. 그러는 동안 시애틀과 근방에선 수많은 사람이 실종되거나 사라지고 컬렌 패거리들은 누군가가 뱀파이어의 군대를 양성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에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결을 그린 호쾌한 액션을 잔뜩 기대하면 다소 실망할 듯싶다. 신생 뱀파이어 군대를 상대로 컬렌가와 늑대인간들의 연합군이 벌이는 액션 장면은 예상했던 대로 볼만하지만, 분량이 약간 적어 아쉬움을 남긴다.
대신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늑대인간 제이콥이 인간 소녀 벨라를 두고 으르렁거리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둘 중 한 명이 화면에서 퇴장하면 에드워드와 제이콥은 자신이 얼마나 벨라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벨라는 이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분명한 확답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클립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소한 사건들을 일종의 제의로 받아들이는 십대 소녀들만을 위한 것이다. 익숙한 관객들은 아주 좋아하겠지만, 잘 모르는 관객들은 조금 어리둥절해할 것 같다. 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