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가 내 꿈에까지 미쳤다. 외계인들이 축구시합을 하는 꿈을 꾸고야 만 것이다. 주성치 감독의 소림축구를 능가하는 화려한 테크닉이 난무하는 무대였다. 한편 외계인 축구 선수들의 모습은 실망스럽게도 비슷비슷했다.
과학자들은 외계 지적생명체, 즉 외계인들의 생김새를 어떻게 그려 놓고 있을까?
우선 그 크기는 메뚜기보다는 클 것이다.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뇌의 크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크면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도 코끼리보다는 작을 것이다. 적당히 작아야 우주여행을 하기에 유리할 것이다. 우주선은 분명히 효율을 고려해서 크지 않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뇌는 머리 같은 보호구조물 속에 있어야 할 것이다.
정보 입력 기관인 눈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입력 정보가 많아지면 이를 처리하기 위한 뇌의 활동에 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눈은 4개를 넘지 않을 것이다. 입체적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 최소한 2개의 눈이 필요하다. 눈은 더듬이 같은 다양한 다른 촉각기관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리도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100개는 아닐 것이다. 많은 다리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더 큰 뇌가 필요할 것이고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걷는 동안 뇌는 다른 어떠한 활동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균형과 효율을 고려하면 2개나 4개가 적당할 것이다.
진화와 적응 과정을 고려한다면 털은 없을 것이고 피부는 매끈할 가능성이 크다. 시시하게도 우리와 엇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과학자들은 영화 ‘이티(E.T.)’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비슷한 모습의 외계인을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칼 세이건 박사의 조언에 따라서 이티를 만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득 크기도, 다리와 머리의 수도 다른 외계인들이 모여서 축구 시합을 하자면 어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야만 할까 궁금해진다. 오늘밤 꿈은 이 주제로!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