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예인’을 장래 희망으로 꼽는 어린이는 늘어간다. 멋있지, 인기 많지, 돈 잘 벌지, 세상에 부러울 것 없어 보일 터다. 이렇듯 근사한 연예인들이 그러나 현실에선 참담하리만치 위태로운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2008년을 기준으로 연예인 1인당 연간 평균 수입은 2850만원이었고 1년에 5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연예인은 최대 1만8000명에 달했다. 전체(2만1619명)의 80%에 해당하는 숫자다.
꿈과 희망이 문제다. 평균 40여 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며 삭은 김치와 라면을 주식 삼게 하는 것도, 배 곯아 오히려 명료해진 정신으로 대박의 순간만 바득바득 곱씹게 하는 것도, 금방이라도 빵 터질 것 같아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것도 모두 어릴 적부터 키워온 꿈과 희망 때문이다.
이뿐이랴. 500만원 세대의 연예인에겐 재능도 죄가 된다. 기약 없는 오디션, 무책임한 희망고문, 몰랐으면 좋았을 ‘쟁이’의 세상 등은 재능을 가진 자에게만 부과된 비통한 요건들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연예계가 워낙 부침이 심하다 보니 배우와 전속계약을 할 때는 집안의 경제 사정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털어놨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의 2080법칙은 대한민국 연예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20%의 스타가 나머지 80%의 예비스타를 잠식하는 현실에서 대중은 가난한 신인보다 기획된 대형 신인을 선호한다. 예비스타들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고, 스타의 자동차는 더 짧은 주기와 더 큰 사이즈로 교체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내년에도 장래 희망 난에 ‘연예인’을 또박또박 쓸 것이다. 소비하지 못할 거면 양산하지 말아야 할 텐데, 발굴부터 육성, 관리 시스템은 엉망인 채로 ‘스타 탄생’의 헛된 약속들만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