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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착한 순덕이를 위하여

순덕이는 착하다. 자기도 없는 처지이면서 주변에 불쌍한 이들이 있으면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런데 좀 뚱뚱하다. 어딜 가도 취직이 안 된다. 사정이 그러하니 순덕이에게 사랑이란 더군다나 가당치도 않은 구름 위의 꿈이다. 그런 그녀에게 지상에서 착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선 하늘의 신 셋이 금일봉을 내리게 되자, 순덕이는 그걸 밑천으로 분식집을 차린다. 하지만 어디 그게 그리 쉽겠는가? 세상 물정 모르는 채 순진하게 살아온 그녀를 등쳐먹을 궁리만 하는 자들이 벌레 꼬이듯 꼬여 그녀의 행운을 이리 저리 파먹는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게 만든다. 이런 세상에서 순덕이는 계속 착하게만 살아갈 수 있을까?

브레히트의 작품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 형식으로 바꾸어 그 내용도 각색해서 무대에 올려놓은 뛰어난 공연예술가 이자람의 ‘사천가’는 오늘의 우리 현실에 대한 포복절도할 풍자요, 준엄한 비평이다. 그러면서도 날로 더 해가는 돈의 위력을 과시하는 “신-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서 무엇을 지켜가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깊숙이 짚고 있다.

2시간30분 가까이 이자람 혼자서 꼬박 감당하는 이 1인극의 무대를 마주하는 관객들은 뜨겁게 반응하고 그지없이 탄복한다. 어릴 적 ‘예솔이’라는 이름으로 일찍이 명성을 날린 이래 소리꾼으로서의 능력은 이미 익히 알려진바, 극 중에 무수히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순간적 변신 연기와 끊임없는 익살, 좌중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연기력은 현대판 판소리 ‘사천가’의 진가를 풍부하게 입증한다.

혼신을 다하는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에서 보는 그녀는 진이 다 빠져 쓰러질 듯했다. 그간 쭉 이자람 혼자서 해오던 공연 작업을 그래서 이번에는 후배 이승희, 김소진과 트리플 캐스팅으로 펼쳤다. 3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 소극장에서 한 공연 역시 자신을 온통 바친 열정과 기쁨으로 꽉 차 있었다.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불과한 그녀가 판소리에 시대의 영혼을 불어놓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다. 10월 3일이면 ‘전주 소리제’에서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 착한 순덕이가 살 만한 세상을 향한 꿈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은 가볼 일이다. 오늘의 심장에 와 박힐 살아 있는 판소리의 멋진 무대 앞에서 이제껏 내쉬던 호흡이 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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