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의 새 코너 ‘런닝맨’이 첫 방송됐다.
‘런닝맨’의 게임은 문이 잠긴 복합 상가 건물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비밀번호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당장 아케이드 게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 기다리고 있는 게임은 공개되지 않는다.
건장한 남자들과 닭싸움을 하기도 하고, 다른 팀의 얼굴을 가리며 카메라에 얼굴을 많이 노출하는 게임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면으로만 보자면 꽤 흥미로운 구성이다. 이제까지 예능프로그램은 아케이드가 아니라 롤플레잉 게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롤플레잉은 사회적 관계에 기반한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 때 그의 직업이나 분야가 앞으로의 게임 방향을 좌우한다. 캐릭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케이드 게임은 단순하다. 몇 개의 단계로 나뉘어진 스테이지를 하나씩 격파해나가면 된다. 캐릭터보다는 상황이 중요하고 미션을 푸는 능력이 중요하다. ‘무한도전’과 ‘패밀리가 떴다’ 이후 한국 리얼리티 예능은 롤플레잉 게임화되어 왔다.
‘런닝맨’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전형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런닝맨’은 결국 참여하는 사람들의 캐릭터가 형성될 것이란 점에서 아케이드와 롤플레잉을 결합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게 기존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예능 역사에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할지, 아니면 마니악한 대중성에 만족하며 컬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지 궁금하다. 재미있다는 평도 많으니 아직 못 본 사람들은 모종의 기대를 품고 두고 볼 필요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