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남아공 월드컵이 열전을 끝마쳤다.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장면은 큰 감동을 안겼다.
‘무적함대’ 스페인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선사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결승골을 터트린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고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달려갔다.
국제축구연맹은 상의를 탈의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칠 경우 경고를 주지만 이니에스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입은 하얀 속옷에 쓰인 문구를 드러냈다. ‘다니 하르케, 우리는 항상 함께야! (Dani Jarque siempre con nosotros)’ 바로 지난해 심장마비로 숨지며 고인이 된 자신의 친구 하르케를 위한 특별한 추도였다.
하르케는 이니에스타가 소속된 바르셀로나의 더비 라이벌인 에스파뇰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우정을 쌓았다. 하르케는 2009년 8월 전지훈련 중 혹서기 경기와 훈련으로 누적된 피로로 심장마비 증상을 일으키며 사망했다.
살아 있었다면 대표팀의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가했을 전도유망한 선수였지만 2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것이다. 그런 친구를 위해 이니에스타는 경고를 각오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 못지 않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독일 역시 지난해 11월 자살을 택한 주전 골키퍼 로베르트 엔케를 대회 내내 추모했다. 심장병으로 사망한 친딸로 인해 우울증을 겪던 엔케는 고속열차에 몸을 던져 세상과 작별했다.
독일 대표팀은 대회 내내 벤치의 한 자리에 엔케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의 유니폼을 올려놨다. 요아힘 뢰프 감독은 “우리의 행진에는 늘 엔케가 함께할 것이다”며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승리를 고인에게 바쳤다.
미진한 대회 준비와 치안 부재, 오심 논란, 강호들의 부진. 역대 최악의 월드컵 중 하나로 평가를 받던 남아공 월드컵은 하늘로 간 동료를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우정으로 인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